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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시티 오브 갓 "'신의 도시' 그들에게 범죄는 운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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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시티 오브 갓 "'신의 도시' 그들에게 범죄는 운명인가"

입력
2005.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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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복판에 위치한 빈민촌 ‘신(神)의 도시’(Cidade de Deus). 하지만 그곳에 존재하는 신은 선악을 구분해 선을 권하거나 악을 벌하지 않는다. 단지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짓고 이를 냉혹하게 집행할 뿐이다. 가진 자에게 밟히고 밀려난, 무지렁이와도 같은 ‘신의 도시’ 사람들에게 범죄는 운명이자 생활이다.

법은 경찰의 머리 속에만 존재하고 지상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신분상승의 출구는 봉쇄되어 있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고, 여드름 투성이 청소년들은 해변에서 거리낌 없이 마약을 흡입한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20대가 채 되기도 전에 마약으로 부를 축적하고 무리를 이끌며 도시의 낮과 밤을 지배한다. 경찰은 십 수년에 걸쳐 형성된 거대한 범죄 생태계에 손 댈 생각도 없고, 범죄자를 쫓는 흉내조차 내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간의 암투를 조장하며 무기 밀매로 돈을 벌어들인다.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저주 받은 공간에서 외줄타기 하듯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부스카페는 대마초를 피우고 갱들과 우정을 나누지만 범죄의 세계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사진기자를 꿈꾸며 탈출을 모색하던 그는 갱들의 의도하지 않은 도움에 힘입어 꿈을 이룬다.

브라질에 실재하는 무법천지의 공간을 스크린에 재현한 영화 ‘시티 오브 갓’ (City of God)은 부스카페의 눈을 통해 범죄가 유전되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배고픔을 잊기 위해 시작한 범죄는 자기복제를 거듭하며 거대 악으로 진화한다. 그 과정에 죄의식은 한치도 틈입할 공간을 찾지 못한다. 그들에게 무엇이 나쁘다는 것을 일깨워줄 어른도, 그들이 갱생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인도해줄 정부도 없다.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는 자칫 ‘범죄 사회학’ 보고서에 그치기 십상인 소재를, 감각적인 화면을 통해 완성도 높은 영화로 바꾸어내는 재능을 보여준다. 어두운 뒷골목의 음울한 이야기임에도 화면에는 눈부신 원색과 흥겨운 음악이 넘쳐 난다. 화면전환은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킬 정도로 자극적이며, 카메라는 시종 삼바리듬에 맞춰 춤추듯 흔들린다.

브라질 작가 파울린 린스가 자신의 경험과 실존인물을 근거로 저술한 동명의 장편소설을 옮겼다. ‘신의 도시’에 거주하는 아이들을 배우로 등장시켜 한층 현실감을 살린 ‘시티 오브 갓’은 브라질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2004년 아카데미영화제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각색상 후보에 올랐다.

시사회에 참여한 갱 두목이 경찰에 붙잡히는 등 영화 밖에서도 숱한 화제를 뿌렸다. 영화 마니아라면 특히 주목해볼 만한 작품이다. 4일 개봉. 18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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