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방기금 금리가 또 한차례 인상되면서 이달 10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결정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거세지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가 각각 4.0%, 3.5%로 그 격차가 0.5%포인트로 벌어진 만큼, 우리도 따라가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이다.
콜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쪽은 자본유출 가능성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더 높아지면서 국내에 유입된 외국자본이 미국으로 유턴할 수 있고, 국내 거주자들의 해외투자도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주가가 폭락하고 국내 채권금리가 급등하기 마련이다.
통상 자본유출을 촉발하는 한ㆍ미간 정책금리 격차 수준은 1%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한ㆍ미간 정책금리 격차는 0.5%포인트이지만, 콜금리가 내년 초까지 동결되면 그 격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 행보를 계속할 방침임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내년 초 임기 만료까지 남은 두 차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잇달아 금리를 인상, 정책금리를 연 4.5%까지 올려놓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정우 수석연구원은 “한ㆍ미간 정책금리 격차가 확대돼 지금은 한국이 좀더 높은 수준인 시장금리 격차까지 좁혀질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시장금리 차이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정책금리도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자본유출 위험이 과장됐을 뿐더러 원화절상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본유출을 용인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국가간 자본이동의 관건은 정책금리가 아니라 시장금리인데, 시장금리만 보면 한국이 미국보다 아직 0.5%포인트 정도 높다. 설령 시장금리 격차가 좁혀지더라도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나 국내 경기를 보고 투자하는 외국인 주식자금이 금리 격차만 보고 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더욱이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자본수지에서의 일부 적자는 과도한 달러유입에 따른 원화절상 압력을 막는 순기능을 한다는 논리이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물가압력도 크지 않고 경기가 아직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에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콜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논리는 경기에 찬물만 끼얹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유출’과 ‘경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고 딜레마에 처한 금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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