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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따라 했을 뿐" 김은성 물귀신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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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따라 했을 뿐" 김은성 물귀신 작전?

입력
2005.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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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은 불법감청에 개입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혼자만 희생되는 데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다른 전 국정원 고위층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 R2가 개발된 시점은 1998년 5월이기 때문에 김씨 전후 국내담당 차장이었던 신건 엄익준 이수일씨도 불법감청에 관여했는데 검찰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측근과 변호인을 통해 "전임자들로부터 (불법감청 관행을) 이어받았을 뿐 스스로 한 것은 아니다" "감청 대상자 선정도 과학보안국(8국)장이 한 것이다"라며 자신의 혐의를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특히 영장실질심사에서 "국가통치권 보존을 위한 관행적인 도청이었을 뿐 정치사찰은 아니었다"며 대의명분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사찰과 국가통치권 보전을 위한 것이 어떻게 다르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김씨의 이 같은 주장은 자신이 불법도청 최초 지시자는 아니지 않느냐는 논리에 기초한다.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시절부터 '미림팀'과 같은 오프라인 도청팀 외에 유선전화를 도청하는 관행이 있어왔고 자신은 그것을 이어받았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자신은 불법감청을 근절하고 싶었지만 차장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김씨의 이런 주장은 검찰의 수사를 받은 국정원 실무자들의 진술과는 사뭇 다르다. 전ㆍ현직 국정원 직원들은 "고급정보를 올리라"는 김씨의 '독려'에 강한 압박을 받았으며, 김씨가 차장으로 있을 때 불법감청이 가장 심했던 것으로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진승현 게이트 등에 연루돼 김씨 자신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시점에서 이에 대한 방어차원에서 도청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씨의 전임자인 엄익준씨는 사망했고, 후임인 이수일씨의 경우 재임 중 감청장비가 폐기처분 됐다는 점도 수사초점이 김씨에게 맞춰진 이유 중 하나다. 검찰 안팎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김은성씨가 앞으로 수사에서 어떤 발언을 쏟아낼지 주목하고 있다. 김씨의 발언 수위에 따라 전 국정원장들 뿐 아니라 청와대, 김씨와 친분이 있던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 등의 관여 정도가 분명히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주장들이 단순히 자신의 혐의를 덜기 위한 물귀신 작전인지, 醍?진실을 밝히고 속죄하자고 마음을 먹은 것인지는 검찰 수사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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