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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바람 아시아를 휩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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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바람 아시아를 휩쓸다

입력
2005.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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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는 곳마다 파파라치들이 따라붙는다. 인구 700만의 홍콩에서 1만석 공연이 매진되고, 할리우드 영화 ‘4 브라더스’의 주인공 타이레시가 캠코더로 그의 공연을 찍는다. CNN의 대표적인 아시아 관련 대담 프로그램 ‘ASIA TALK'가 선정한 아시아의 대중문화 아이콘. 바로 ‘비’다.

8, 9일 홍콩에서 열린 비의 공연 ‘RAINY DAY’는 그가 한류의 또 다른 주인공임을 보여주었다. 대만,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온 청중은 공연 내내 한국어로 소리질렀다.

극성 팬들은 이틀 동안 밤낮으로 그를 쫓아다녔다. 그의 앨범은 아시아 전체에서 50만장이 넘게 팔려나갔다. 한류가 ‘배용준, 드라마, 일본’이라는 키워드로 읽히는 동안, 비는 어느덧 모든 중국 문화권 국가들의 톱스타가 됐다.

그러나 그의 성공을 ‘한류스타’의 그것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타이틀곡 ‘It's raining'은 한국 음악보다는 서구 댄스음악 트렌드의 연장선상에 있다. 공연은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공연 뒤 그는 각국의 팬들을 위해 그들의 나라를 일일이 거론했다. 그에게 중요한 건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아시아인이 현재 즐기는 문화적 트렌드를 어떻게 보편적으로 제시하느냐다.

“한국인들이 볼 때는 좋은 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이상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그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 모든 나라 사람들이 집중해 볼 수 있도록 안무에 힘을 씁니다.” 동작 하나에도 아시아인의 보편성에 신경 쓴다는 그의 말은 현재 아시아 대중문화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의 모든 청년들은 MTV로 서구 대중음악을 동시간으로 즐기고, 그들과 같은 클럽문화를 향유한다. 중요한 건 나라가 아니다. 얼마나 빨리 이런 대중문화의 트렌드를 쫓느냐, 그러면서도 그것을 모든 아시안의 입맛에 맞게 어떻게 변형시키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클럽음악과 동양적 리듬이 공존하는 노래를 부르고, 아시아인 특유의 쌍꺼풀 없는 눈을 가졌으면서도 서구인을 능가하는 체격조건으로 격렬한 춤을 소화하는 비는 이상적인 ‘아시아인’이다. 그건 한류도, 서구문화의 복제도 아닌 아시아인이 중심이 된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깝다.

아시아 전역의 한류에 대한 관심은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자부심의 확인이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가 ‘이제야’ 전세계적인 대중문화 트렌드를 기반으로 한 아시아 대중문화권의 일원이 됐음을 인정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아시아인들은 한류라는 흐름(wave)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한국 대중문화에서 할리우드나 브로드웨이 같은 신뢰감 있는 문화 ‘브랜드’를 찾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한류로 승부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쌓기 위해 노력한다”는 비는 그것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다.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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