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평생의 반려자가 될 여자친구를 데리고 찾아 온 제자에게 자녀를 셋 이상 낳는다는 각서(?)를 받고 주례를 허락하였다. 국민소득 추계 개념을 창시한 경제학자 쿠즈네츠(1901~1985)는 저서 ‘근대 경제 성장(Modern Economic Growth)’(1966)에서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인구 증가로 보았다.
특히 신생 미국이 200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세계경제를 주도하게 된 이유로 유럽에서 이주해온 인구의 특성을 설명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당시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이주한다는 것은 목숨을 건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자연히 여자보다는 남자, 노약자보다는 강건한 젊은이, 야심은 있으나 기득권 세력에 억눌려 기를 펴지 못한 사람, 유럽사회의 부패에 신물이 난 사람 등등이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이주하였고, 이들이 일구어낸 소위 청교도 자본주의가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의 경제력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인구 줄면 경제활력 감소
쿠즈네츠의 이러한 생각은 지금도 유효한 것 같다. 21세기의 세계시장은 첨단기술로 만든 첨단제품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무한경쟁 시장이다.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는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첨단기술의 개발은 정부나 중소기업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기업, 그것도 세계 100대 기업의 반열에 드는 다국적 기업형 대기업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한 기업이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크는 데는 시장이 필요하다.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이 바로 그것이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데는 국내시장이 더 중요하다. 해외시장은 변화무쌍하고 우리의 통제권 밖에 있을 뿐더러 해외시장이 급변해도 국내시장이 튼튼하면 기업은 무너지지 않고 성장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첨단제품을 만드는 데에는 여러 종류의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첨단기술 한 가지를 개발하는 데에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큰 기업이라 해도 여러 가지 첨단기술을 다 개발할 수 없다.
여러 개의 대기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21세기에 첨단제품을 가지고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세계 100대 기업 반열에 드는 대기업이 적어도 10개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는 기술개발의 주체이자 곧 시장이다. 대기업 하나를 키우는 데 인구 1,000만 명 이상이 필요하다면 10개 이상의 대기업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인구는 적어도 1억 명을 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통일의 가장 중요한 현실적인 명분이다. 그런데 통일이 되어도 인구 1억 명을 만들기가 어렵게 되어가고 있음이 한반도의 장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200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은 1970년의 4.53명에서 1.19명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인구학회에 따르면 이 출산율이 지속될 때 현재 4,846만 명인 한국의 인구는 2300년에 31만 4,000여 명으로 줄어 결국 멸종을 맞게 된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인구는 더 절망적이다. 지독한 식량난이 어린이 사망률을 급증시키고 있고, 성인들의 출산능력 또한 현저히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성공사례 본받자
인구는 한번 줄면 회복되기 어려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1.5명 이하로 떨어진 합계출산율을 회복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합계출산율 1.19명을 2명 이상으로 끌어 올리는 일은 다급하고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인구가 계속 증가하여 경제를 일으키고 통일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인구 관리로 합계출산율을 2명 이상으로 회복시키는 데 성공한 프랑스와 스웨덴의 경험을 보면 불가능한 일은 결코 아니다.
출산과 어린이의 양육이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책임이라는 인식의 전환과 그에 상응하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인구 관리 정책의 마련이 시급하다.
노영기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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