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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칼럼/ 명예박사 수여기준 구체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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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칼럼/ 명예박사 수여기준 구체화해야

입력
200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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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선언문 작성자이며 제3대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이 창설한 버지니아대에서는 명예 박사학위 수여 제도를 금지시켰다. 정치ㆍ경제적 권력과 대학의 유착 관계는 미국의 미래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라는 제퍼슨의 소신 때문이었다.

우리의 경우 명예학위 수여가 일상이 된 나라에 속한다. 해방 이후 1호 명예박사인 맥아더 장군을 비롯해 지금까지 3,000여 명의 명예 박사학위자가 배출됐다. 그러나 고려대의 이건희 삼성 회장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 저지 시위와 같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불상사(?)는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문제는 명예 박사학위 수여라는 ‘제도 자체’가 아니라 ‘누구에게 수여하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던 것 같다. 자격과 자질에 대한 의심인 셈이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엇갈려 있는 듯하다. 존경받는 기업가이며 세계적 최고경영자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노조나 급진주의자들이 내리는 평가는 다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7조에 보면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는 학술 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했거나, 인류 문화 향상에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수여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번 경우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해당될 것이다.

수여의 기준으로 제시된 ‘인류 문화 향상’의 범주는 어떤 것일까? 인류 문화 향상과 무(無)노조 기업과의 관계는 무엇인가? 인류 문화 향상과 대학발전기금과는 어떤 관계인가? 언뜻 보면 거리가 있는 것 같지만 별개라고 단정짓기도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이 문제의 논점이 신성한 상아탑에서까지 극단적 노사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재현시킨다거나 반대로 무조건적 기업 정신으로만 변호된다면 합의는 더 어렵게 될 것이다.

차제에 수여 기준에 대한 손질이 절실함을 인식한 이상 ‘인류 문화 향상’이라는 포괄적 범위를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세부 지침을 마련하는 것도 설득력 있는 방안이다.

물론 이로써 명예학위 남발의 문제까지 책임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학위 남발이 자승자박의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추측은 그리 어렵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제도상의 이점을 잘 활용하는 것인데 모든 대학이 합리적이고 독자적인 기준 하에서 스스로를 특성화하고 차별화함으로써 인류 문화 향상에도 공헌할 수 있길 바란다.

/연세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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