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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베를린 쓴소리 배경은/ "대화 나서라" 北에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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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베를린 쓴소리 배경은/ "대화 나서라" 北에 압박

입력
2005.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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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1일 북한에게 책임있는 대화 당사자가 돼달라고 이례적으로 압박했다. 대북 비판을 자제해오던 노 대통령이 베를린이라는 상징적 장소에서 거침없이 쓴소리를 하고, 발언 내용도 사전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검토됐다는 점에서 향후 대북정책 기조가 주목될 수 밖에 없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요약하면 "남측을 존중하고, 북한 스스로 책임있는 대화 파트너로 거듭나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북측이 무시해온 남북비핵화 선언, 당국대화 일방 중단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북한은 한국 정부를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는데도 우리를 그것을 참아내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또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대로 한쪽이 끌려가는 상황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단호한 어조가 뒤따랐다. 북한에 대한 불만이 쌓일 대로 쌓여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다. 사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 매파들의 반발을 자초하면서까지 북핵 문제의 ‘한국 주도론’을 주창, 미측에게 성의를 요구해왔다.

한 당국자는 "남측이 미국을 설득해 대북 경제·군사 제재는 막을 수는 있어도 미국 지도자의 발언은 막지 못한다는 메시지까지 북한에 전달했었다"고까지 말했다. 미국이 싫어하는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북한의 화답은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해 말 북한은 20만 톤의 비료를 전달 받고도 입을 닫아버리는 등 남측의 성의를 무시했다.

그렇다면 하필 지금 이런 심경을 토로했을까. 현 상황이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내 일각에서는 6자 회담을 거부하는 북한에게 더 이상의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남북 대화마저도 중단돼 긴장의 탈출로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북한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노 대통령이 올들어 진영외교를 벗어난 ‘동북아 균형자론’을 제시하면서‘할말은 하는’ 외교로 전환하는 큰 틀의 변화도 이번 발언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었다. 남북관계에서도 한일관계식 화법이 동원될 수 있다는 시사이다.

그러나 이번 발언을 대북정책의 변화로 해석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 당국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신뢰회복 조치를 취해달라는 촉구 차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앞으로도 신뢰를 주지 못하면, 남측의 대북 체감온도는 상당히 낮아질 수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2·10 성명이 나온 후 모든 대북 채널을 가동해 북측의 진의를 확인하려 했으나 북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노 대통령이 크게 진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盧 "냉정히 日설득 계속할 것"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베를린에서 교민 300여명을 초청, 동포간담회를 갖고 독일과 한국의 변화를 높이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먼저 독일과 한국을 각각 교민들의 시댁과 친정에 비유하면서 "시집도 잘 되고 친정도 잘 되면 제일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운을 뗐다. 노 대통령은 "우리의 정치 문화와 사회 수준이 우리 핸드폰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며 "여러분들은 1980년대 한국의 정치상황을 걱정하고 창피스러워 했을 것이지만 이제 한국은 아시아에서 제일 앞서가는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노 대통령은 "한국은 주로 미국 영향을 받아 경쟁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경쟁과 연대가 적당히 조화돼야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그런 점에서 한국인들은 독일을 수준 높고 살기 좋은 나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독일식 사회발전 모델에 관심을 표했다.

노 대통령은 11일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독일과 일본의 과거사 청산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노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좀 있었는데 한국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냉정하게 계속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쾰러 대통령이 "최근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국과 중국 등 이웃나라와 대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고 말하자 노 대통령은 "그 말씀만으로도 일본에게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합의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을 둘러봤다.

베를린=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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