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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저출산은 '여성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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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저출산은 '여성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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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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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사회의 급속한 도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산아제한을 고민하던 우리 사회가 어느새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급조해 낸 각종 구호나 정책 가운데 정작 임신과 출산의 당사자들이 공감할 만한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 중 하나가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와 한국모자보건학회가 펼치는 ‘1,2,3 운동’이다. "결혼 후 1년 이내에 임신해서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아서 잘 기르자"는 캠페인이다. 이는 국가를 운영하는 분들에게는 매우 이상적인 해결책처럼 보이나 저출산의 당사자인 젊은 부부, 특히 여성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한 제안이어서 쓴 웃음이 절로 난다.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 나아가 결혼 자체도 그다지 중요하다고 느끼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 사회, 역사, 문화, 경제적인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예컨대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과거엔 소수만 점유하던 정보를 이제는 성별, 나이, 직업 등 어떠한 제한도 없이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억압되었던 여성과 청소년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었고 이들의 자기 성취 욕구도 급증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이미 보편적 현상이 되었다.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 등 각종 시험에서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출산 및 육아, 가사, 가족 및 노인 부양 등의 모든 의무 조항은 수백 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고 고스란히 여성 몫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극심한 괴리에서 터져 나온 문제가 바로 결혼 기피와 저출산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저출산 문제를 ‘여성들의 반란’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여성들에게만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책임지게 해서는 안 되며 육아의 책임을 정부와 남성들이 같이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정책을 만들 때에는 여성, 특히 당사자인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정책 수립 과정에 이들을 참여시켜야만 효과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다.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결혼과 출산 및 육아로 인해 불가피하게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거나 각종 불이익을 당한다, 아이가 다 자란 후 직장 복귀가 어렵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이 없다, 교육비가 많이 든다 등등. 의료계의 예를 들어보자. 의대 졸업 후에는 전공의 수련 과정이 필수이다. 그러나 수련 과정에 여성 전공의가 임신을 했을 때 산후 휴가 3개월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총 수련 기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고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동시에 전문의 시험제도 규정을 바꾼다면 당장은 다소의 혼란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우수한 전공의 배출이라는 목적도 달성하고 저출산 문제의 해결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의과대학 입학생의 약 절반이 여학생인 의료계에서 특히 중요한 사안이다.

지금도 많은 여성이 자녀와 직장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업주부에게도 출산은 각종 사회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아실현을 도모할 기회를 빼앗기는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여성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동시에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저출산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박인숙 울산대 의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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