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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제 참가 在獨 작곡가 진은숙씨/ "작곡은 고행­…1년에 한 곡만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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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제 참가 在獨 작곡가 진은숙씨/ "작곡은 고행­…1년에 한 곡만 써요"

입력
2005.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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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인 작곡가를 꼽자면 진은숙(44)씨일 것이다. 베를린필 음악감독 사이먼 래틀은 21세기를 이끌어갈 다섯 명의 작곡가 중 한 명으로 그를 지목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전업 작곡가로 활동 중인 그는 지난해 ‘작곡가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 상을 받은 데 이어 이 달 쇤베르크 상까지 받아 경사가 겹쳤다. 그가 17일부터 시작하는 통영국제음악제 초청으로 입국했다. 오스트리아 빈의 쇤베르크 센터에서 10일 열린 쇤베르크 상 시상식을 마치고 바로 날아왔다. 17일 경남 통영에서 개막하는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는 개막연주회에서 코리안심포니가 연주할 ‘칼라’를 비롯해 그의 관현악과 실내악 작품 여러 편을 소개한다. 25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직접 설명하는 렉쳐 콘서트도 한다. "작곡가는 불행한 직업이다." 3년 전 한국에 왔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창작의 고통이 그만큼 심하다는 얘기다. 곡을 쓸 때는 머리카락이 갈라지고 피부가 터진다고 했다. "그래도 저는 행복한 거죠.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어요? 작곡은 힘든 일이지만, 자아를 실현하는 일이니 저는 행운이죠. 워낙 힘들고 또 조금 써야 작품의 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1년에 한 곡만 씁니다. 지금은 런던신포니에타가 위촉한 곡을 쓰고 있어요. 5월 런던에서 초연할 작품인데, 2명의 소프라노와 카운터테너, 앙상블을 위한 곡이죠. 프랑스의 앙상블 앵테르 콩탕포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뉴뮤직 그룹 등 모두 5개 단체로부터 공동위촉을 받은 곡입니다."지난해 그라베마이어 상 수상은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피에르 불레즈 같은 거장조차 나이 일흔 여섯에 받은 상을 40대 초반 한국인 여성 작곡가가 받았으니 놀라운 쾌거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놀라서 벌떡 일어나며 ‘거짓말’이라고 외쳤단다. "운이 좋았죠. 저 같은 프리랜서 작곡가로서는 특히. 상금이 20만 달러나 돼 몇 년 간은 먹고 살 걱정이 없으니까요. 유럽에서도 작곡가가 가르치거나 하는 다른 일 안 하고 작품만 써서 먹고 살기는 정말 어렵고 드문 일이거든요."

서울대 재학 시절 유명한 가우데아무스 작곡 콩쿠르에서 1등을 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한 그는 1986년 독일로 가서 함부르크대에서 거장 죄르지 리게티를 사사했다. 독일 생활 20년 째, 최고의 작곡가로 인정 받기까지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악으로 버틴 거죠, 뭐. 모국에서 대접 받는 작곡가가 유럽에서도 대접을 받는데, 한국에서는 지원이 전혀 없어서 전부 혼자 힘으로 해야 했으니 더 힘들었죠. 저야 이제 누구 도움 받지 않아도 되지만, 여기서 고생하는 한국의 후배들 보면 정말 안타까워요. 예술가를 키우는 장기적인 지원이 꼭 필요한데, 한국의 작곡 상황은 오히려 독재자 밑에 있던 시절보다 더 나빠진 것 같아요. 전두환 정권 때만 해도 작곡가들이 오케스트라로부터 작품 위촉도 받곤 했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면서요?"

베를린필, LA필, 앙상블 앵테르 콩탕포랭 등 세계적인 단체들이 그에게 작품을 위촉하고 있다. 예정작 목록에는 LA 오페라극장이2006년 초연할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뮌헨 오페라극장이 2011년 초연할 ‘거울 뒤의 앨리스’ , 베를린필 위촉작 등이 들어있다. 올 가을에는 그의 앙상블곡들을 수록한 음반도 세계 굴지의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나온다.

이번 한국 방문에는 독일인 남편과 나이 마흔에 낳은 네살배기 아들을 동행했다. 서울 도착 다음 날인 14일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아들 물건을 사려고 숙소 인근 백화점으로 달려간 극성 엄마다. "아이가 예뻐 죽겠어요. 아빠를 쏙 빼 닮았죠."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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