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길(60) 대한태권도협회장이 제35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됐다. 김 회장은 23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의원 총회에서 총 45표 중 29표를 획득, 16표에 그친 이연택 현 대한체육회장을 13표차로 누르고 한국 체육계의 수장으로 선출됐다. 김 회장은 이어 열린 대한올림픽위원회(KOC)총회에서도 위원장으로 추대돼 2009년까지 4년 간 한국 체육을 이끌게 됐다. 김 회장은 "정파를 떠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체육계를 이끌어가기 위해 내일 열린우리당 상임고문 직을 사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차기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막을 내림에 따라 향후 국내체육계에도 개혁 바람이 거셀 전망이다. 당초 팽팽한 접전이 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김 회장이 압승을 거둔 것은 부동표로 분류됐던 10여 표가 막판에 김 회장측으로 돌아선 ‘표 쏠림 현상’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달 초만 해도 재임기간 아테네올림픽과 부산아시안게임 등을 대과 없이 치러낸 이연택 전 회장이 현직 프리미엄에 힘입어 재선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선거를 일주일 정도 앞두고 터져 나온 분당 토지 헐값 매입 문제와 관련된 검찰 내사가 불거지면서 결정타를 입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선거는 모 단체장이 "연맹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양다리를 걸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한데서 짐작할 수 있듯 선거운동이 어느 때 보다 치열했다. 선거전 날까지만 해도 양 진영이 서로 자신들의 승리를 점쳤을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선거전 김 회장 측이 "이미 30여표를 확보했기 때문에 당선을 자신한다"고 큰 소리친 배경에는 삼성 등 대기업이 회장사를 맡고 있는 10여개 단체와 열린우리당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는 농구, 핸드볼 등의 지지를 바탕으로 여권이 밀고 있다는 ‘친여(親與) 프리미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체육계 소식통들은 이연택 전회장의 검찰 내사가 불거지면서 이 회장측을 지지했던 표심이 흔들리면서 막판에 돌아선 것이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이 회장은 막판 세불리를 의식한 듯 정견발표에서 평소와 다른 강한 톤으로 25년간의 체육계 인연과 대과 없이 체육계를 이끌어온 업적을 강조했지만 표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 회장은 ‘실세 회장’이라는 체육계의 기대를 의식한 듯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하고 문화관광부를 문화체육관광부로 바꾸겠다" "체육청을 설치하고 체육예산을 국가예산의 1%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등 체육계 위상 강화 방안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 김정길 신임회장 일문일답/ "올림픽 단일팀 위해 訪北추진"
김정길 신임 회장은 23일 "체육계의 의견을 수렴해 예산증액, 체육청 신설 등 현안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겠다"고 담담하게 포부를 밝혔다.
-소감은.
"체육계 경력도 짧고 여러 가지 부족한 사람이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먼저 이번 선거로 흩어진 체육계의 민심 수습에 나서는 등 한국 체육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체육계를 이끌기 위해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직을 사퇴하겠다."
-베이징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 등 현안이 산적한데.
"단일팀 구성은 시간이 촉박한데다 남북이 만나 논의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상반기 중 여건이 허락하면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북한 방문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스포츠 외교력 강화문제는 1인 위주가 아닌 각국 대사관에 스포츠 담당관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종목별 국제단체장 선거도 적극 지원하겠다"
-선거전 이연택 회장에 대한 검찰내사가 불거지면서 ‘표적수사’ 논란이 일었는데.
"평생 독재정권 및 공작정치와 맞서 싸워왔다고 자부했는데 마치 당선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아 곤혹스러웠다. 검찰이 시와 때를 구분하지 못해 생긴 일로 설 연휴 전후로 승리를 확신했기 때문에 굳이 오해를 자초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공약으로 체육예산을 국가예산의 1%로 끌어올리고 체육청을 신설하겠다고 했는데.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 건강과 웰빙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시대조류에 맞춰 예산도 증액돼야 하며 체육청 신설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 및 여,야 정치권의 설득에 나서겠다. 체육청 설치의 전단계로 문화관광부의 이름을 문화체육관광부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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