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모 언론인 모임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그 중 한 토막이 이튿날 신문에 실렸다. "주식 해서 돈 까먹는 건 아마추어나 프로나 다 마찬가집니다. 단 하나 차이가 있다면, 아마추어는 자기 돈만 까먹는데 프로는 제 돈도 까먹고 남의 돈도 까먹는다는 겁니다."
마침 시장이 추락하던 때라 투자자를 대변해 전문가를 질타하는 취지로 인용됐다.
그런데 사실 내 불만은 그런 단발적인 예측 실패나 투자손실에 있는 게 아니었다. 예측은 언제나 빗나갈 수 있고, 모든 손실은 당7연히 투자자의 책임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내가 근본적으로 문제 삼는 건 시장을 우습게 보는 전문가들의 태도다. 그리고 그 영향 탓에 투자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만성적으로 피해를 입어왔다는 사실이다. 다음의 예를 보자.
아들 녀석이 하도 공부를 안 해 한번은 인센티브제를 시행한 적이 있었다. 성적이 평균 90점이 되면 기본 용돈이 얼마, 추가 1점 당 보너스가 얼마, 95점 이상이면 원하는 선물도 하나 사 준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돈이 무섭긴 무서운지 늘 빌빌거리던 녀석이 급기야 매일 아침 코피까지 쏟는 투혼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아이 엄마는 한동?%? 입을 다물지 못하며 흐뭇해 했고, 그럴 때면 나는 "나중에 점수로 말합시다" 라고 대꾸했다. 한 달 뒤 아들은 83점을 받아왔고, 그 후론 인센티브 얘기가 쑥 들어갔다.
이를테면 전문가들의 태도가 이렇다. ‘공부를 많이 하면 성적이 오른다’, ‘수익성이 좋은 회사는 주가가 뜬다’라는 식의 불변의 공식이 머리에 박혀 있다. 따라서 아무리 성적이나 주가가 곤두박질쳐도 떨어진 숫자 그 자체를 보며 고민하기는 커녕, 쏟아낸 코피와 해당 회사의 수익을 보며 문제를 회피한다.
‘주가는 연구를 통해 알아맞힐 수 있다’는 오만한 편견, ‘주가는 언젠가는 그 방향으로 간%다’는 타성적 안이함, 결국 이런 태도 때문에 위기 앞에서 손을 못 쓰게 되고, 아무리 방향을 잘 맞힌다 해도 끝에 가면 남는 게 없게 된다. 주가는 맞히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를 겸허히 수용할 때라야만 전문가와 투자자 모두 성공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성공은 요원할 뿐이다.
시카고투자자문 대표이사 www.chicagofi.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