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세계 최대 가전기기 전시회 ‘2005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우리 기업들이 혁신상을 휩쓸었다는 뉴스다. 미국가전협회(CEA)가 전시제품의 기술·디자인을 종합평가해 수여하는 이 상을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16개, 13개씩 차지했다. LG전자는 지난해(17개)에 이어 2년 연속 최다 혁신상 수상의 영광도 안았다.
2,500여 세계적 기업이 참가한 전시회에서 300여개 혁신상의 10%선을 우리 기업이 차지했다는 것은 기술력과 디자인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음을 뜻한다. 신제품의 기술·디자인 보호를 위해 혁신상 공모에 참가하지 않는 최근 경향을 감안하더라도, 신개념·신기술 제품의 세계 견본시장 기능을 하고 있는 이 전시회에서 거둔 성과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80년대 까지만 해도 우리 기업들은 전시장 한 구석 좁은 부스에서 세계적 기업전시관의 문전성시를 부럽게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후 이제 우리 기업들의 전시관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966억9,000만달러의 수출실적으로 총수출(2,542억2,000만달러)의 38%를 차지한 디지털전자는 우리 경제의 확고한 견인차가 되었다. 이 분야 선도 기업들의 높아진 브랜드 가치는 국가 브랜드를 드높이는데도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러나 기분 좋은 낭보에 자만은 금물이다. 잘 나갈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고 했다. 우리 기업들에 덜미가 잡혔던 일본 전자업계가 야심찬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고, 중국이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한국 전자업계가 이룬 기적을 재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한번 선두에서 밀리면 탈환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 디지털전자 분야다. 기업과 정부는 그동안의 성공에 도취하지 말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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