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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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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입력
2004.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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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장관으로 불리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주 기자회견에서 작년 말 이래 여야 간 논란으로 지연된 국민연금 개편안을 강행할 방침을 밝혔다. 그 동안 여당 내에서도 ‘적정 부담요율에 적정 급여’라는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어 당정 간 조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나 여하튼 종전보다는 빠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국민연금 개편안의 핵심은 연금재정의 장기적 건전성 확보에 있으나 이에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현행 연금제도의 결함으로 매년 10여만 명의 근로자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즉,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따른 이직 등으로 특수직 연금(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직원)과 국민연금 가입자 간의 상호 이동(전입) 사례가 늘어나고있으나 이들이 각기 20년, 10년이라는 최소 가입 기간을 못 채워 어느 쪽에서도 연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뿐 아니라 현재 상당 부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연금의 설립 취지에도 어긋나게 ‘부익부 빈익빈’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공무원 생활 19년을 마감하고 작년 말 퇴직한 A(50)씨는 연금 수령 기한인20년을 채우지 못해 퇴직 일시금을 받아 장사를 시작했는데 현재 월 소득156만 원에 대한 국민연금 보험료 11만 원을 내고 있다.

A씨는 ‘불경기에 사업체를 잘 유지해서’ 국민연금으로 10년을 납부해야만 60세 이후 월 23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에 공무원 생활 20년을 한 뒤 퇴직한B(65)씨는 이후 국민연금에 가입, 10년간 보험료를 납부함으로써 공무원 연금에다 국민연금 혜택까지 받는 이중 수혜자로 안락한 노후생활을 보낸다(한국일보 2003년 7월 10일자 보도).

불합리의 극치는 C(47)씨의 경우이다. 중소 기업체 직원으로 근무하다 사립학교 직원으로 전직한 C씨는 국민연금을 9년째 납부하다가 이른바 ‘특수직 연금’ 직종으로 이동한 경우인데 새 직장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이 20년이 안 되기 때문에 어느 쪽 연금에도 해당이 안 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특수직 연금과 국민연금이 상호 배타적이어서 C씨가 국민연금에 남아 있는 것도 허용되지 않고 연금 혜택도 받지 못하는 새 직장(사립학교)에서 매월 ‘연금’보험료를 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것은 연금(年金) 제도가 아니라 금연(禁年) 제도이다. 이럴 경우 적어도 가입자에게 국민연금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1986년 제정된 국민연금법 제1조는 국민의 노령, 폐질 또는 사망에 대비한다는 입법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모든 국민이 국민연금 가입 대상으로 되어 있으며 가입자에게 이중의 공적연금 혜택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직 연금과 국민연금제도를 상호 배타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상술한 바대로 버젓이 이중 혜택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강제로 어느 연금 혜택도 받지 못하게 하는 현행 연금제도의 모순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란 사회적 희소가치의 권위적 배분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정부는 가급적 불합리와 부조리를 배제하고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도록 하는 일차적인 책무가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요컨대, 현대 자본주의 체제 하의 민주주의란 결국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여하히 효율적으로 거두어 합리적으로 배분(사용)하느냐 하는 국민소득 재분배 과정이기도 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의 관계 부처 공무원이 불합리한 국민연금제도로 인하여 헌법상 국민의 행복추구권(제10조)과 직업선택의 자유(제15조)가 제약받는 현실을 수수방관한다면 직무유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경수 명지대 교육학습개발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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