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적이 아닙니다. 제발 김선일씨를 풀어 주세요. 선량한 사람을 죽이지 마세요…." 이라크 저항단체에 납치된 김선일(34)씨의 석방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적 염원이 더욱 간절해지고 있다. 22일 다음, 네이버, 야후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김씨 석방 호소문을 아랍권과 세계 유수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보내자는 구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다음 토론게시판에는 한 네티즌(ID '꿈의 연금술사')이 직접 김씨 석방 영문 메시지를 작성, 알자지라TV, CNN, BBC 등의 근무자 이메일 주소와 함께 띄우는 등 이메일 보내기 운동을 벌여 호응을 얻고 있다.
네티즌들은 또 아랍권 위성TV 방송인 '알 자지라'의 영어판 인터넷 홈페이지(english.aljazeera.net)를 통해 김씨 석방 호소와 함께 서희·제마부대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글을 알자지라측에 보내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 홈페이지에 답글 쓰기 코너가 없자 방송국 대표 이메일 주소 등을 통해 이 같은 뜻을 전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김씨 구명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저녁에도 광화문에서 김씨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촛불집회를 가졌다. 국민행동은 당분간 야간 촛불집회를 계속할 방침이다.
한국인 이슬람 신도 3만5,000명으로 구성된 한국이슬람교중앙회는 이날 김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주한 이라크대사관을 통해 이라크 임시정부 대통령과 종교 지도자 등 6명에게 발송했다.
김씨의 출신학교(부산신학교) 후신인 경성대 신학대 최종호 교수 등 교수 11명도 이날 김씨의 무사귀환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아랍어로 작성, 알자지라TV 측에 전달키로 했다. 교수들은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호소문에서 "김선일씨는 전쟁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선량한 한국인"이라며 석방을 촉구했다.
한편 한국 네티즌 800여명은 이날 'www.aljazeera.com'이라는 인터넷 주소 홈페이지를 아랍권 위성TV방송 '알 자지라' 홈페이지로 착각, 김씨 석방과 한국군 파병에 대한 이라크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글을 올렸으나 확인결과 알자지라 방송과 관계없는 아랍권 뉴스 전문 사이트로 밝혀졌다.
/홍석우기자
musheong@hk.co.kr
■이라크 거주민 보호 비상
가나무역 김선일씨 납치사건 이후 정부의 중동지역 거주민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일단 이라크 지역 교민들에게 철수를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고심 중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2일 이라크 교민 67명의 안전과 관련, "불요불급한 인사들은 이라크를 떠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며 "대사관에서 일일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도 국무회의에 앞서 "남은 기업인 22명도 단계적으로 철수해 7월초까지는 모두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현지 기업인들의 경우 가나무역처럼 미군 납품을 주로하며 전시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이 기득권을 순순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정부가 4월 목사 7명이 이라크 무장단체 억류됐다 풀려난 사건 직후 이라크를 특별여행 제한지역으로 지정했지만, 미국이 지목한 것과 같은 여행금지국가는 아닌 것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라크 여행 희망자는 정부에 신고하고, 정부는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지만 강제적 입국금지 명령은 불가능한 것이다. 요르단과 쿠웨이트 등을 거쳐 몰래 이라크에 입국하는 한국인들은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라크 정정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어도 납치, 테러위협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한국인의 출입을 막을 수도 없고, 그대로 내버려두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태"라고 토로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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