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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訪中/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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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訪中/전문가 진단

입력
2004.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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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기간 중 핵 문제와 관련해 획기적인 진전이 있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재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소강상태에 빠져있다. 하지만 관련국들은 모두 이 문제가 미국 대선을 전후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중국을 방문, 핵개발 증거를 제시하며 압박을 가하기까지 했다. 핵 문제해결의 모멘텀이 가까워졌다고 느낀 북한은 중국의 협력이 필요했다. 중국 입장에선 북한과 미국 양쪽으로부터 중재역할을 요구 받았다.

중국은 김 위원장을 상대로 당근과 채찍의 양면전략을 구사했다고 본다. 핵무기 및 고농축우라늄 핵개발 계획과 관련해 미국이 증거를 제시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전향적 자세를 취하라고 압박하는 한편 식량이나 에너지지원의 확대를 약속했을 수 있다. 북한은 원칙적인 수준의 입장 제시를 반복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이 획기적인 양보안을 제시했다든가 그 반대로 무리수를 뒀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북한은 지금껏 중국을 상대로 그런 카드를 내보인 적이 없다. 북한의 협상 대상은 미국이기 때문이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양측이 재확인한 것 정도가 이번 방중의 성과로 보인다.

■오승렬 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은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얻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방문 타이밍이나 체류일정 등으로 판단할 때 2000, 2001년 당시의 '경제개혁 견학'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미 7.1 경제개혁조치가 시행 중이기 때문에 북한에 돌아가도 새로운 획기적 조치를 내놓지는 않을 것 같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반신반의하는 중국 지도부를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동북3성 개발과 연계해 신의주 특구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보도는 시기상조다. 중국 당국의 입장이 여전히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중국으로부터 에너지 지원을 받는 데 주력했을 것이다. 식량은 남쪽에서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유공급이 끊겼고 전력공급도 불안정한 상태다.

특히 최근 중국의 원유공급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북한 입장에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중국 지도부도 북측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북핵문제 중재국의 위상이 축소되기 때문에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에너지에서 소득을 얻었고, 중국은 핵문제에 대한 메시지 전달과 개혁개방 견인으로 실리를 찾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남북관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다. 이번 방중의 가장 큰 의미는 북·중관계가 원상회복됐다는 점이다. 북 최고지도부의 개혁개방 추진도 힘을 받을 것이다.

핵문제는 미국의 입장변화를 기다려야 하는 사안이다. 결국 지금 북한의 파트너는 중국과 한국일 수밖에 없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지도부와의 연쇄회담으로 이익의 공통점을 찾았으니 남은 것은 한국이다. 남북관계도 진전될 수밖에 없다.

방문결과가 곧 발표되겠지만 북중 양국의 핵문제 해결원칙이 천명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적대정책 전환을 전제로 핵폐기 의지를 밝힐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남북 사이에서도 이전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교류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다.

정부는 새로운 정세변화로 받아들이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가 핵문제 해결에서 역할을 찾을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으로서도 지지부진한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만 있다면 새로운 정세에 대해 부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는 새로운 협력을 맺고 있는 중국, 교류협력의 틀을 마련한 북한, 전통적 동맹관계인 미국 사이에 위치한 중요한 지점을 활용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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