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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특급 안무가 2人 나란히 서울에/자샤 발츠의 '육체'-나초 두아토의 '멀티플리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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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특급 안무가 2人 나란히 서울에/자샤 발츠의 '육체'-나초 두아토의 '멀티플리시티'

입력
2004.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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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현대무용의 오늘을 이끌고 있는 특급 안무가 2명의 최신작이 하루 간격으로 나란히 서울에 상륙한다. 스페인국립무용단 예술감독 나초 두아토(47)의 '멀티플리시티'(1999년 작)와 독일 베를린의 샤우뷔네 극장 무용감독 자샤 발츠(41)의 '육체'(2000년 작)다. 나초 두아토와 스페인국립무용단은 월드컵 축구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 6월 한국에 처음 와서 '붉은 악마' 못지않은 열광을 일으킨 바 있다. 자샤 발츠는 97년 서울국제연극제에 참가해 자신의 출세작인 '코스모나우텐 거리에서' 를 선보였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자샤 발츠가 얼마나 뛰어난 예술가인지 알아챈 관객은 많지 않았다.

●자샤 발츠의 '육체' 29일∼5월 2일 LG아트센터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6시. (02)2005―0114 www.lgart.com

이 작품을 보려면 다소 인내심이 필요할 것 같다. 지루하거나 어려워서가 아니라, 매우 과격하고 도발적이어서 심기가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최측인 LG아트센터는 '일부 장면은 어린이가 보기엔 부적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육체'는 말 그대로 인간의 몸 그 자체를 냉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기서 육체는 그야말로 고깃덩어리다. 결코 아름답거나 따뜻하지 않다. 무용수끼리 살가죽을 잡아 몸을 들어 올리고 짐짝처럼 집어 던지는가 하면, 우리 몸이 물을 가득 담은 채 걸어 다니는 가죽자루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듯 몸을 접어 그 틈새로 흥건하게 물을 쏟아내기도 한다. 엽기적이라고 느껴질 만한 장면도 많다. 보다가 속이 거북해져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고 싶어질 수도 있다. 적나라한 진실, 그 무자비하고 노골적인 뻔뻔함을 참기 어렵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딜 것을 권하고 싶다. 한 방울의 눈물도 허락하지 않는 지독하게 냉정한 시선이 모르는 사이 간절한 연민으로 빠져들 것이므로. 그 순간 괴테의 말이 떠오를 것이다. '누가 뼈와 살과 가죽으로 이 형편없는 집을 지었는가' 라는.

이 작품은 춤과 연극의 경계를 무너뜨린 신체극에 가깝다. 무용수의 몸짓은 분명 춤으로 훈련된 것이지만, 전통적인 움직임과는 거리가 멀다.

●나초 두아토의 '멀티플리시티' 30일∼5월 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금·토 오후 7시 30분, 일 오후 4시. (02)780―6400

나초 두아토의 바흐 예찬이다. 바흐의 음악과 삶에서 영감을 얻었다. 무용수들은 스스로 음표가 되고, 악기가 되어 바흐의 음악을 연주한다. 고전적인 우아함과 현대적 세련미가 넘치는 이 작품은 음악은 음표의 춤이고, 무용은 몸의 음악임을 보여준다.

바흐 사망 250주년을 한 해 앞둔 1999년, 독일 바이마르 시는 나초 두아토에게 바흐를 기리는 작품을 위촉한다. 나초 두아토는 바흐의 음악을 여러 개 골라서 춤을 짰다. 고전발레에 바탕을 둔 절제된 몸짓이 좀 더 자연스럽고 현대적인 미감과 결합해 상쾌하게 다가온다.

바로크시대 정장과 가발 차림의 바흐가 등장해 다른 무용수들과 춤을 추는 이 작품에서 나초 두아토가 그려내는 바흐의 초상은 매우 인간적이고 열정적이다. 작품은 두 부분으로 되어있다. 1부 '멀티플리시티'는 바흐 음악 13곡으로 구성한 일종의 콜라주. '다양성'을 뜻하는 제목처럼 인간 바흐의 다양한 면모를 부드럽고 신선한 유머 감각을 입혀 드러낸다. 특히 무반주 첼로모음곡에 맞춰 여성 무용수의 몸을 첼로 삼아 바흐가 활로 켜는 2인무는 선정적인 느낌조차 풍기는 기발한 장면으로 유명하다. 2부 '침묵과 공(空)의 형상'은 바흐 작품에 깃든 죽음이라는 주제에 관한 명상이다. 1부의 유쾌함은 사라지고, 춤은 이제 바흐의 내면 속으로 깊숙히 파고든다.

나초 두아토는 작품의 처음과 끝에 나와 직접 춤을 춘다. 무용수로 활동하던 시절, 가장 아름다운 몸으로 유명했던 나초 두아토는 40대 후반인 지금도 여전히 잘 다듬어진 몸을 유지하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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