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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환기자의 왈왈/장사의혹 없는 "교향악축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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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환기자의 왈왈/장사의혹 없는 "교향악축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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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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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외면하는 '그들만의 리그.' 교향악단보다 협연자를 내세워 표를 파는 '협연 장사.' 도토리 키재기식 고만고만한 국내 악단들의 '누가 누가 잘 하나.'매년 봄 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교향악축제는 한동안 그런 비판을 들었다. 1989년 시작돼 올해로 16회 째. 이제는 달라졌다. 최근 수 년 사이 참가하는 교향악단의 수준이 크게 올라가면서 별 인기 없던 연례 행사가 돈 내고 볼 만한 음악회가 되었다. 덕분에 동원된 청중이 아닌 자발적 유료 관객이 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는 올해 교향악축제(1∼10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특히 바그너의 '링' 관현악 하이라이트(코리안심포니), 쇤베르크의 '구레의 노래'(창원시향),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 '로맨틱'(수원시향), R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부천필) 등 대작이 여럿 포함된 것은 각 교향악단의 자신감과 의욕을 보여주는 반가운 신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각 단체가 알아서 준비한 성찬일 뿐, 주최측인 예술의전당이 주문하거나 기획한 것이 아니다. '교향악, 그 웅장함을 노래하자'는 올해의 슬로건은 준비된 주제가 아니라, 모아놓고 보니 결과적으로 그리 됐을 뿐이다. 주제가 없고, 기획이 실종된 행사를 축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예술의전당이 마땅히 발휘해야 할 기획력은 엉뚱하게도 장장 2시간의 '구레의 노래'에 협주곡까지 집어넣는 무리한 프로그램 구성(6일 창원시향 공연)으로 '협연 장사'의 의혹을 사고 있다.

여기서 잠시 스위스 루체른의 여름 음악제를 살펴보자. 매년 8월의 둘째 주 금요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이 행사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들이 참여하는 교향악 축제로, 매년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춰 프로그램을 짠다. 올해는 '자유'를 주제로 베토벤의 '피델리오', 달라피콜라의 '칸티 디 프리고니아',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노노의 '일 칸토 소스페소' 등을 중심에 배치하고 있다. 현대음악의 거장 피에르 불레즈가 지도하는 현대음악 아카데미,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고 엠마누엘 파후드, 볼프람 크리스트 등 세계 최고의 솔리스트들로 구성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이 축제의 자랑거리다. 또 올해의 작곡가로 영국의 해리슨 버트휘슬을 선정해 그의 작품을 집중 소개하며,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올해의 연주자로 선정돼 독주·협연·마스터클래스를 할 예정이다.

올해로 65회를 맞는 루체른 여름 음악제를 겨우 16년 된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와 비교하는 것은무리가 있다. 그러나, 16년이나 됐으면 이제 질적인 도약을 꾀할 때도 됐다. 그 지렛대는 기획의 힘이다. 아무런 초점 없이 그저 한 자리에 모아놓는 교향악 리그는 올해로 마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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