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이 젊은 신인작가 29팀을 발굴해 소개하는 'SeMA(Selected eMerging Artists) 2004'전을 5월9일까지 열고 있다. 올해 처음 기획한 'SeMA'전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은 신인 발굴에만 만족하지 않고, 특별한 주문을 내걸었다. 젊은 작가들로 하여금 기성에 물들지 않은 참신한 시각과 발칙한 상상력을 동원해 자신이 속한 세대의 일상문화를 진단하고 때론 일침을 가하도록 했다.평면, 사진, 영상, 설치 작품 88점으로 짜여진 전시는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를 크게 6가지 코드로 읽어냈다. 전시 구성도 미술관 큐레이터 6인이 '소비 게임―공룡의 트릭'(오현미), 'Replay―이식(移植)'(이은주), '키덜트(Kid+Adult)―21C키드의 자화상'(박파랑), '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전소록),' ―현실의 틈새'(임근혜), '혼자 놀기―섬.꿈.변신'(김학량) 주제별로 책임지도록 했다.
아파트 바로 옆에 일회용으로 쓰고 버려지는 이쑤시개 더미를 병치한 염중호의 '서울'과 패스트푸드의 대명사격인 맥도날드의 이미지들로 구성한 이부록의 영상작품 '패스트푸드 이데올로기' 등은 이미 일상에서 익숙해져 버린 소비 아이콘에 비판적 시선을 던진다. 생활용품을 잔뜩 들고있는 천수보살에 작가 자신의 얼굴을 대입한 서은애의 '생활십일면천수관음도'는 전통적 소재를 현대미술 속에 익살스럽게 차용한 작품. 계단에 납작하게 엎드린 모습으로 누군가가 '사뿐히 즈려 밟고' 가 주길 기다리는 듯한 이 송의 '상처받다―진달래맨'과 피임약 껍질로 만들어진 최진기의 '피임약 아기' 는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 엽기 코드의 문화를 형상화하고 있다. 대부분 외모가꾸기에 열중하고, 혼자놀기에 익숙하며, 어른과 어린이의 경계에 서 있는 젊은층의 일상문화를 냉소적이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작품들이다. (02)2124―8926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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