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년이 있었다.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3학년 같은 반 교실. 한 소년은 5년이나 피아노 학원을 다녔지만 초급자용 피아노 교본인 바이엘 상권을 채 마치지 못해 '음악에 영 소질이 없구나' 생각했고 한 소년은 옷장 위에 올라가 슈퍼맨 놀이를 하느라 무릎에 피딱지 마를 날이 없는 개구쟁이였다. 1998년 다시 만났을 때 피아노 치기 싫어하던 소년 김중우는 미국에서 보낸 고교 시절 '전미 고교생 브라스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실력 있는 색소폰 연주자가, 개구쟁이 소년 전영진은 음악 좋아하는 국문학도가 되어 있었다. 둘은 이내 단짝이 됐다.2002년 이들은 사비를 털어 얼바노(Urbano) 1집을 발표했다. 모든 곡의 작사, 작곡, 편곡, 노래를 직접하고 연주와 녹음도 집 지하실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해치운 홈레코딩 방식이었다.
앨범 재킷 인쇄를 위해 충무로 거리를 헤맸고 CD의 포장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우체국으로 달려가 빠른 등기로 음반을 보내는 일까지 두 사람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음반은 빠른 속도로 팔려 나가 2,000장 한정판은 금세 매진됐다. 인터넷에는 팬클럽이 생겨나 추가 발매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타이틀곡 '내 탓이지 뭐'는 사랑의 실패에 대해 자책하는, 주체할 수 없이 넘쳐 나는 감수성 속으로 듣는 이를 중독시켜 심심치 않게 FM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나란히 26세가 되는 봄, 이들이 2집을 내 놓았다. 들어 본 이들은 누구라도 자신 있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며 추천할 수 있는 음반. 불끈불끈 약동하는 그루브(리듬감)는 단연 발군이고 색소폰을 비롯한 관악기 소리는 신선하다. 펑키한 사운드는 저절로 몸을 들썩이게 한다. 2집의 타이틀곡 '너라는 존재에게'는 지극히 대중적인 멜로디지만 범상한 곡은 아니다. 색소폰, 기타, 플루트 연주가 어우러져 지금까지 들어 왔던 음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만들어 낸다.
"무엇보다 우리 음악을 어렵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좋아요." 이들은 2집의 음악을 '뉴스쿨펑크'라고 설명했다. "그게 무슨 장르야?" 궁금한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해답은 없다. 두 멤버가 만들어 낸 새로운 장르이기 때문이다. "R& B에 소울의 펑키한 사운드가 더해진 거죠. 저희 둘은 음악 취향이 달라요. 저(전영진)는 원래 록을 좋아하다가 Earth, Wind & Fire의 노래 'September'를 들은 후 흑인음악에 매료됐었고 중우는 스탠더드 재즈를 좋아하죠. 좋아하는 음악의 공통 분모가 소울과 펑크 음악이고 그게 '얼바노 공식'이 된 거죠."
발매 전부터 화제가 됐던 이들의 2집은 벌써 음반 판매 차트에 오르내릴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 빛나는 2집에 대해 두 사람은 "자투리 시간을 쪼개 만든 음악인걸요"라고 말한다.
이들은 프로젝트 그룹 형식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각자 다른 자신의 영역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JK 김동욱, 조PD 등에게 곡을 주기도 한 전영진은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게임음악을 담당하고 있고 김중우는 5명의 브라스 주자가 포함된 12인조 밴드 커먼 그라운드의 멤버로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에서 아직 제가 음반을 낸 줄 몰라요. 슈퍼맨처럼 '짠∼'하고 나타나 '내가 그 얼바노의 주인공이야' 놀라게 하고 싶어요." 들떠 있는 전영진을 바라보고 김중우가 말한다. "연예인 될 생각은 없었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까 좋지?"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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