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선거도 치르기 전에 침몰을 자초하고 있다.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선거대책위원장 간 '개혁공천'을 둘러싼 다툼을 바라보는 어떤 유권자도 민주당에 등을 돌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어느 쪽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져주기를 바랄 여유가 없으리라는 사실을 당사자들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모양이니 안타깝기만 하다.민주당의 이 내분을 짜증스러운 집안싸움으로 보는 것이 당 밖의 다수 시선이라는 점을 알기나 하는가. 민주당의 지지세는 이미 증발하다시피 한 마당이다. 역대 어느 정당도 제2야당의 지위에서 이렇게 추락한 적이 없다. 젖 먹던 힘까지 모은다 해도 당의 존재를 되살릴 여력이 부족해 보인다. 그런데도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창피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종국에 누가 이긴들 무슨 의미가 있는 싸움인가.
사실 속사정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질 만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 듯하다. 조 대표와 추 위원장 사이에 각기 권한에 관한 어떤 사전합의가 있었는지는 전적으로 자신들만의 문제다. 드러난 쟁점이라 해봐야 결국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4곳의 공천변경 문제 아닌가. 이를 갖고 당 대표의 직인을 빼돌리고, 이에 도난신고니, 직인변경 시도니 하고 양측이 동시에 이중으로 후보등록을 하는 유치한 장면들이 연출된다. 시대착오적 저급 추태들 아닌가.
오죽하면 중앙선관위가 선뜻 판정을 내리지 못하는 처지가 돼 있는지 기가 찰 일이다. 아무리 당이 어렵다 한들 전통야당의 법통을 주장하는 민주당에서 벌어질 일들이 아니다. 유권자를 의식할 줄 모르는 닫힌 공간에서 권력쟁투에 몰두할 경우 어떤 사태가 오는지는 탄핵정국이 말하는 교훈이다. 이를 알고도 그 길을 간다면 자멸말고는 무엇이 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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