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소설 문법이 근거가 착실한 개성적 형식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소설가 서정인(68·사진왼쪽)씨와 김원우(57)씨가 후배 소설가들에게 비판과 권고를 던졌다. 계간 '대산문화' 봄호 특집 '젊은 소설을 읽다'에서 두 작가는 3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분석·평가하는 기고문을 실었다.특히 비판적인 시각을 보인 필자는 김원우씨. '독창성의 근본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이라는 기고에서 김영하씨의 장편 '검은 꽃'과 배수아씨의 장편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정이현씨의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점검한 그는 "세 작품 모두 기성 소설의 형식에 대해 변주를 시도하는 귀한 노력을 보였지만, 그런 노력이 수미일관하게 지속됐는지는 의문"이라고 평했다.
'검은 꽃'의 경우 기법의 특이성을 높이 평하면서도 "각 부와 그 밑의 각 장들이 균형 감각을 잃고 있다",
'일요일…'은 반어법적 세태 읽기의 독창성이 돋보이지만 "사실주의적 기법과 후반부의 에세이풍 서술이 혼재해 있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정이현씨의 '낭만적…'은 "이런저런 형식에의 실험을 경주하고 있으나 하나같이 신선미도 떨어질뿐 아니라 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잠시 걸치고 있는 듯 날림공사에 그치고 있기도 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씨는 또 "'검은 꽃'은 수많은 자료와 생생한 현장 체험을 통한 희귀정보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그것들에 치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머지 두 작품도 대체로 그렇다"면서 자료의 활용과 소화 과정에 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장면의 스냅식 전환 같은 영화적 기법이 우리 젊은 소설의 서술 기조로 자리잡았다면서 "그러나 고만고만한 사건의 지칠 줄 모르는 조작 행위는 관념의 개진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김씨는 "땅뙈기를 무작정 넓혀가기보다는 조촐한 채전밭을 일궈가는 데 전심전력해야 한다"고 비유해 조언했다. 소설적 야심을 무작정 키우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이야기거리를 선택해 소설적 세련미를 고양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서정인씨는 '편재성 또는 인접성'이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천운영씨의 단편 '명랑' '등뼈' 등과 배수아씨의 '일요일…', 김연수씨의 단편 '똥개는 아직 안 올지도 모른다' 등에 나오는 '죽음'에 주목했다. 그는 이들의 소설이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띠고 있다면서, 그것은 죽음의 등장 자체가 아니라 죽음에 대한 작가의 시각과 해석이 괴기스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씨는 이런 시각이 "군화발 독재가 사라지고 노동 문제도 시들해진 지금, 그것은 표적을 잃은 문학적 기운의 새로운 희생 염소"라면서, 젊은 작가들이 채용한 소설적 시각이 참신성과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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