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을 닷새 앞둔 9일 외무장관 등을 경질하고 핵심경제관료를 대거 유임시키는 개각을 단행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개각 과정에서 내놓은 야심작은 정부기구 축소다. 부처 수를 30개에서 17개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였고 부총리도 6명에서 1명으로 감축했다. 이는 지난 달 말 내각을 전격 해산했던 푸틴이 개각과 정부조직의 대대적 수술을 통해 행정 및 경제개혁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국민적 인기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푸틴은 개각 직후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정부 개편은 서구식 정부를 모델로 한 아주 능률적인 것"이라면서 "푸틴이 정책결정에 있어서의 힘을 보여줬다"고 높게 평가했다.
개각 내용 중에선 푸틴 대통령이 이고리 이바노프 전 외무장관을 경질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주 유엔대사를 신임외무장관에 임명한 것이 우선 눈에 띈다. 외무장관 경질은 푸틴의 친정체제 구축이 더욱 확고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바노프 전 장관은 1998년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시절부터 줄곧 외무장관을 맡아왔다. 이바노프는 지난 달 경질된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총리와 알렉산드로 볼로쉰 전 크렘린 행정실장 등과 함께 옐친의 측근 그룹을 지칭하는 이른바 '크렘린 패밀리'의 대표주자로 꼽혀왔다. 푸틴 대통령은 또 KGB 근무시절 동료였던 세르게이 아바노프를 국방부장관에 발탁했다.
자유시장경제 신봉자인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과 게르만 그레프 경제개발통상부장관 등은 유임됐고 정통경제관료 출신인 빅토르 흐리스텐코 총리 권한 대행이 산업·에너지부장관을 맡았다. 알렉산드르 주코프 국가 두마(하원) 부의장은 제1부총리에 임명됐다. 러시아 경제팀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최강의 드림팀은 아니더라도 매우 좋은 팀"이라는 한 경제분석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좋은 평가를 내렸다. 러시아 증시는 이날 경제개혁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폭 상승했다.
외무장관 경질에도 불구, 외교노선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어와 프랑스에 능통한 라브로프 장관은 10년 가까이 유엔 대사를 역임하면서 특정국가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라브로프 장관도 임명 직후 국영방송에 출연, "기존의 외교정책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14일 실시될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80% 안팎의 지지율로 압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