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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미군 개편·재배치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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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미군 개편·재배치 가시화

입력
200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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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을 관할하는 미 육군 1군단 사령부를 미 본토에서 일본의 가나가와(神奈川)현 자마(座間)기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지난 5일 확인됐다. 이는 미군의 전 세계적 재배치 계획이 가시권에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해외 군 기지를 지역 전략의 중추 역할을 할 영구 허브기지(HUB) 수 십 개의 소규모 전진 작전·훈련기지(FOB) 비상시에 대비해 미리 병력 주둔 협정을 체결한 전진 작전지역(FOL)으로 나눠 재배치하려 하고 있다. 앤디 헌 미 국방부 전략담당 부차관보는 최근 "HUB는 미 본토와 괌, 영국 일본 호주 등에 국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독일 등은 FOL 대상에 해당한다.미군 재배치와 군 개혁의 배경

이 같은 미군 재배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미군 조직 개편과 맞물려 있다. 주한 미군의 감축과 주한 미군 사령부의 해체가 시기와 규모의 문제일 뿐 불가피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것도 전 세계적 미군 재배치의 일환이다.

부시 행정부는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형성된 대규모 해외 주둔을 중심으로 한 병력 운용은 낡은 옷이 됐다고 본다. 철의 장막 뒤에 고정된 적을 대상으로 했던 붙박이형 편제나 대형 병영의 시대는 가고 이제는 대 테러전이나 소규모 국지전에 대비해 선제 공격 능력을 갖춘 신속 기동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병력의 상호 운용성과 유연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독립적 작전기능을 가진 소규모 여단급으로 군 편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군이 직면할 모든 미래전은 작은 전쟁이 될 것이며, 5만명 이하의 여단 중심 병력이 인공위성과 컴퓨터를 이용한 지휘통제를 받아 공중강습 등을 통해 전쟁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미 육군 훈련·교리사령부의 '미래 육군'에 따르면 미군의 전장 개념은 '전선·점령'에서 '점·적 대응력 무력화'로 바뀌고 있다. 전선을 형성한 뒤 순차적으로 적 지역을 점령해 가는 전면전·물량전에서 탈피, 통합군의 신속 대응으로 여러 곳의 적 급소를 동시에 선제 타격함으로써 적의 대응력을 마비시킨다는 것이다.

사단에서 여단으로

군 조직개편은 경량화, 신속화, 통합화로 요약된다. 특히 미 육군은 야전 포병과 대공 병과가 사실상 해체되는 등 변화의 태풍권에 들어 있다. 50만 병력 중 10만 명이 개편에 따른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 육군 개편의 핵심은 작전 기본 단위를 사단에서 여단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육군의 10개 현역 사단은 사실상 사령부 기능만 남고, 33개인 여단을 2007년까지 신속 대응군인 스트라이커 여단을 포함해 48개로 증강할 계획이다.

여단은 사단으로부터 공병, 포병, 정보 등 대부분의 기능을 이어받아 하나의 완결된 전투 집단이 된다. 미군은 또 여단의 치안 유지능력 향상을 위해 39개의 야전포병 대대를 해체해 헌병과 민사, 경보병 등으로 전환하고 10개 방공포병대대도 해체해 여단의 정찰 정보 첩보병과로 흡수할 계획이다.

미 육군은 여단 내 전투병, 비전투병 구분도 완화할 계획이다. 피터 슈메이커 육군 참모총장은 최근 한 공병부대를 방문, "공병도 전투 중에는 적의 심장에 대검을 꽂을 수 있어야 하며 전투가 끝나면 민사부대를 도와 학교와 병원을 건설하는 능력을 고루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미군 개편은 모듈화(module), 표준화 등 질적 변화를 함께 모색하고 있다. 사단 사령부와 전투 단위인 여단을 표준화해 레고 블록처럼 만들겠다는 것. 사단 사령부는 4개의 작전 포스트로 나뉘어 1개가 모(母)기지에 남고 2개는 전방에서 전투나 훈련을 지휘하며 1개는 예비로 남는다. 이들은 유기적 세포처럼 운영된다. 예를 들어 중동 지역에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예전에는 사단이 통째로 이동했지만 앞으로는 서로 다른 곳에서 차출된 사단 사령부와 여단들이 현지에서 '합체'해 전투에 임한다는 것이다.

가라앉지 않는 불만

그러나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에릭 신세키 전 육군 참모총장 등이 럼스펠드와 마찰을 빚다 옷을 벗은 뒤 미 육군의 불만은 지속되고 있다. 군벌 수준인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장비와 사기가 형편없는 이라크군에 대한 승리에 도취, 군을 감축하고 경량화 하는 것은 전투 능력을 급격하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게 불만의 핵심. 일각에선 부시 대통령과 럼스펠드 장관이 육군이 아닌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노골적 불만도 나온다.

의회의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군 현대화를 위해 미국 내 425개 기지 중 100개를 폐쇄, 660억달러의 재원을 마련하려는 계획은 지역구에 군 기지가 있는 의원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병력 증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당장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존 케리 상원 의원도 병력 증강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올 11월 대선 결과가 미군 개편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정보화… 기동화… 해·공군도 예외없다

미국의 군 구조 개편 계획은 육군이 핵심 대상이지만 해군과 공군도 예외가 아니다.

해군은 항공모함 전투단 위주의 현재 편재를 보다 강한 화력과 기동성을 갖춘 해상 전력으로 개편하려 하고 있다. 기존의 12개 항모 전투단을 유지하되 미사일 항모를 새로 건조, 공격력 극대화를 추진하는 것이 핵심. 소수의 운용요원을 태운 미사일 항모를 분쟁위험 지역 주변해역에 상시 대기시켜 필요시 즉각 공격에 나서게 한다는 것이다.

항모의 기능도 다양해진다. 단순한 함재기 운용 기지에서 한 발 나아가 각종 지상작전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항모에 수직이착륙 수송기를 탑재해 해병대 병력을 신속하게 작전지역에 투입하는, 이른바 '상륙강습'기지로 삼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공군은 미 본토로부터의 장거리 공격능력을 강화, 해외 주둔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 해외기지에 대한 테러 위험과 주둔군에 대한 각국의 반발을 고려해서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지난달 23일 제임스 로체 미 공군장관의 말을 인용, 올 연말부터 공군의 장거리 공격능력 강화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장거리 폭격기 부대 및 공중급유기 증편, 적 레이더 교란 능력 강화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 무인항공기(UAV)를 이용해 전장 정보 탐지능력을 제고, 폭격의 정확성을 높일 계획이다.

미군 개편 계획은 군의 구조나 무기체계 등과 같은 큰 틀에 국한되지 않고 병사 개개인의 장비와 무장 등 미시적 측면에서도 혁명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군이 연구중인 개인 장비는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미래형 무기'를 뺨칠 정도다. 대표적인 것이 하이테크 군복이다. 각종 센서가 부착된 신소재 군복은 방탄기능은 물론 생물·화학무기에 대한 방호기능, 체온조절 기능을 갖게 된다. 또 센서를 통해 병사의 부상 정도와 영양상태까지 점검하는 기능도 있다.

각개 병사의 휴대장비에는 야시경, 디지털 디스플레이, 레이저 보안경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정교한 소형 통신장비를 통해 서로의 신체적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개인장비의 전체 무게는 신소재 등을 사용,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육군 미래센터는 이러한 개인장비가 이르면 2008년부터 지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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