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에 관한 9일 이회창(사진) 전 한나라당 총재의 기자회견은 지난해 10월과 12월에 이어 세 번째이지만, 이날 회견은 지난 번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이전의 회견은 책임을 떠안고 국민에게 사과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이번에는 불법 자금 수수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을 압박하는 데 사실상 온 힘을 기울였다. 노 대통령측 불법 자금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긴 만큼 노 대통령이 이에 상응한 책임을 지라는 요구가 핵심이다. 이를 통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하야공세에 기름을 붓겠다는 의도로 보인다.이 전총재는 이를 위해 불법 대선자금 수수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거듭 감옥 행을 자처했다. 그는 이어 "나의 사법처리에 정치적 계산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을 하루 속히 사법 처리할 것을 촉구한 뒤 검찰 수사의 '불공정성'을 비판했다. "나를 구속한 뒤 의혹이 여전한 노 대통령측 대선자금을 제대로 수사하라"는 뜻이다.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나나 노 대통령이나 대선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며 "노 대통령은 대의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압력이다.
당에선 이날 회견에 대해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전총재로서는 노 대통령을 공격하는 게 최선의 방어책"이라거나, "노 대통령 탄핵을 더 강력하게 밀어붙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 전총재의 한 측근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탄핵을 왜…"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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