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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홍대앞 "인디문화" 설땅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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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홍대앞 "인디문화" 설땅 잃는다

입력
2004.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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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문화 해방구' 홍대앞 문화지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70,80년대 가난한 미술인과 음악인들의 작은 작업실들이 모여 형성되기 시작한 홍대앞 문화지대는 해마다 비주류 문화행사인 '프린지(fringe) 페스티벌'과 실험예술제, 거리미술전 등이 열리면서 '인디(독립)와 언더문화의 발전소'로 자리매김한 곳이다.하지만 꾸준히 상업자본이 유입되고 지난해 서울시가 문화지구지정 검토를 발표한 이후 건물값과 임대료가 들썩이며 소극장과 갤러리, 카페등 대안문화공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실험예술극장 '씨어터제로' 폐관 위기

8일 오후 홍대앞 씨어터제로. 주말과 공휴일이면 공연을 보기 위해 젊은이들로 붐볐던 4층 100여평의 극장은 불이 꺼진 채 썰렁했다. 1998년 11월에 개관해 무용과 퍼포먼스, 연극, 음악 등 3,200여회의 실험적인 공연을 올려 실험예술무대의 상징이 된 씨어터제로의 무대에는 올들어 한번도 조명이 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4층짜리 이 건물 3,4층의 소유주가 바뀌면서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았기 때문. 건물주는 지금의 건물을 헐고 지하2층 지상6층의 새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다. 7월까지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점 등을 들어 법정소송을 벌이고 있는 심철종 극장대표는 "이번 달 말 판결이 나면 아무리 버텨도 4월말에는 극장을 비워줘야 할 판"이라며 "이 달 중순부터 공연을 다시 올리지만 4월까지 뿐"이라고 말했다.

록 음반 3,000여장을 소장하는 등 모던 록 음악의 거점역할을 했던 카페 '베레앤세바스찬'도 2002년 문을 닫았다. 동교동에서 당인리 발전소로 이어지는 거리가 '걷고싶은 거리'로 바뀌면서 70만원 하던 월세가 200만원으로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 지역주민은 "주말에 자신의 물건을 가지고 나와 파는 희망시장이 열리는 놀이터 주변 건물의 권리금과 임대료가 폭등했다"며 "2층에 있는 17평 된 한 가게는 거의 없던 권리금이 최근 1억원까지 호가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문화서식지 파괴 우려

홍대앞 문화지대의 근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상업자본의 유입. 홍대앞 문화축제 기획자인 조윤석씨는 "예전엔 없었던 부동산중개업소가 이제 50m마다 들어서고 주택가 외진 곳도 재개발 붐이 불고 있다"며 "부동산업자들이 건물주들을 부추겨 임대료를 올리면서 미술, 음악인들의 작업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난한 예술인과 관대한 건물주의 관계도 흔들리고 있다. 대안미술 전시회를 줄곧 열어오던 한 갤러리 주인은 "지난해에는 월세가 8개월째 밀려도 말이 없던 건물주가 올해 들어 두 달치를 못주자 갤러리를 비워달라는 뜻을 전해왔다"며 씁쓸해 했다.(주)상상공장의 대표 류재현씨는 "주로 외부인들에 의해 점령되는 건물들에는 문화공간보다는 수익성이 좋은 술집 등이 들어선다"며 "재정 기반이 취약한 대안문화공간이 상업자본의 1차적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위기에 맞서 문화인들이 홍대앞 문화지대 사수에 나서고 있다. 가수 강산에, 신해철 등 문화예술인 106명은 최근 성명을 내고 "씨어터제로의 폐관위기는 홍대앞이 문화생산공간에서 천박한 상업소비공간으로 변질되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홍대앞 문화예술협동조합'(홍문협)을 결성, '씨어터제로' 지키기 운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홍문협은 씨어터제로 지키기 운동의 일환으로 기금모금을 위한 파티인 '입춘대길 Party for Theater Zero'를 9일 오후7시 씨어터제로에서 연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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