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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직사회 "칸막이" 허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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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직사회 "칸막이" 허물자

입력
2004.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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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공직 사회의 인사문화에 일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정부가 최근 중앙부처 국장급 22개 직위의 인사교류 대상자와 중앙부처 10개 국장급 직위에 대한 공개 모집 결과를 전격 발표했기 때문이다.일찍이 전례가 없는 이런 부처간 교환인사에 공직 사회는 술렁이고 있다. 교환인사에 대해 다른 부처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수긍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대다수 공직자는 부처이기주의가 심한 공직 사회의 특성상 오히려 부처간 갈등과 부작용만 남길 것이라는 회의적 입장이 강한 듯하다.

실제로 2년의 파견기간 동안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고 창의성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든지, 처음 대하는 생소한 부하직원에 대한 통제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든지 하는 문제는 인사교류 방안이 당장 풀어가야 할 코앞의 숙제거리다. 그러나 무작정 제도시행에 거부감을 표출하기 보다 왜 이런 방안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 자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새 우리나라의 공직 사회는 고도경제성장을 견인했다는 명성은 온데 간데 없고 '무사안일'의 대명사로 추락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세계적인 경제석학인 미국 MIT의 돈 부시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와 관련하여 "한국의 관치주의는 경제발전과 변화의 장애물이며, 한국의 기업은 관료들이 경영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새로운 모델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을 정도다.

이처럼 공무원 사회가 변화와 개혁에 둔감하게 된 것은 조직의 폐쇄성, 즉 인사가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주된 원인이 있다고 본다. 제도적으로 직업과 신분의 안정성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데다 공무원 스스로의 관념상 공직 내부에서 정년퇴임을 맞아야 한다는 의식이 굳어 있다 보니 조직 바깥의 세상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의지가 약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공직 사회의 체질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이 국민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공무원 스스로도 '변화하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게 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조직이기주의의 벽을 허무는 게 시급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대대적으로 부처 간에 인사교류가 시도되는 것은 크게 환영 받을 일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은 관료조직의 복지부동 행태를 개선하는 방안으로 일찍부터 인사교류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소위 고위공무원단제도라고 하여 직위에 적합한 인재를 공직 내·외부에서 뽑아 쓸 수 있는 장치가 그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정부부처 간 인사교류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자못 크다.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고, 성공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과제도 없지 않다. 인사교류 대상을 과장급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 인사교환을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일단 올바른 결정이므로 가능한 한 조속히 추진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중 절반 가량은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다. 공직 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5∼10년 후에는 중앙부처의 국장급 공무원 중 외부출신 인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을 정도로 인사교류정책이 잘 제도화되었으면 한다.

나아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개방직 임용제도 역시 당초 취지에 맞게 개선되어 민간분야에서 공직사회로 진출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효 성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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