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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동행취재 /지방대 출신 20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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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동행취재 /지방대 출신 20대 여성

입력
2004.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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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7시께 서울 구로구 개봉동의 허름한 지하 월세 단칸방. 5년 전 경기지역 A대 의류학과를 졸업한 후 수백 차례 취직시험에 탈락한 김모(28·여)씨는 인근 건설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지방대 출신에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취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5년간 원서만 내면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김씨는 취업 고민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얼굴이 푸석푸석했다.보름 전부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김씨는 이날도 오후 5시까지 고졸 사원들이 하는 간단한 경리업무와 서류정리 작업을 마친 뒤 일당 3만원을 받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김씨는 이런 일이라도 하는 것을 행운으로 여기고 있다. 주변에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못 구한 대졸자들이 부지기수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

평소와 마찬가지로 퇴근 후 집 근처 PC방에 들러 구직 사이트를 뒤지며 원서를 접수시켜 보지만 표정에는 영 성의가 없다. "이제는 이 일도 지쳤어요. 5년 동안 300군데도 넘게 원서를 넣었을 겁니다. 이젠 나이가 들어서 그나마 받아주는 곳도 없네요."

PC방을 나와 인근 분식점에서 가장 싼 1,000원짜리 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한 김씨는 노량진 공무원 학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태백(이십대 절반이 백수)'이란 말을 몸서리치게 느낀 김씨는 늦었지만 9급 공무원 시험에 마지막 승부수를 걸기로 하고 이날 처음 학원에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원에 들어선 김씨는 벌컥 겁부터 났다. 교실마다 자기 또래의 젊은이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1999년 2월만 해도 김씨는 나름대로 꿈이 있었다. 졸업 평점도 4.5점 만점에 4.0점으로 우수하고 일본어능력시험 1급 자격증과 컴퓨터 관련 자격증 3개도 따놓았기 때문. 그러나 김씨가 취업문턱이 높다는 것을 느끼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일본어를 필요로 하는 회사 10여 군데에 원서를 냈지만 면접조차 보지 못했다.

취업 정보가 부족한 탓이라 여기고 같은 해 가을 무작정 상경, 결혼한 친오빠 집과 고시원, 월셋방 등을 전전하며 취업을 노려봤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2000년 초에는 일본으로 1년간 어학연수까지 갔다 오고 정부에서 마련한 직업훈련소에서 3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눈높이를 낮춰 150여 곳에 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면접을 볼 수 있었던 곳은 중소제조업체 4곳에 불과했고 그나마 모두 불합격됐다.

아무리 노력해도 취업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들자 김씨는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2년 전부터는 친구와 연락도 끊고 명절이 돼도 고향에 가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는 불면증에까지 시달리고 있다. '죽고 싶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기 일쑤고 그러다 보면 어느덧 새벽 3∼4시다. 김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학을 안 갔을 텐데…"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업 10곳중 8곳 "올 채용계획 아직…"

올해 1·4분기 중 직원채용 계획이 없거나 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이 10곳 중 8곳에 달하는 등 2002년 이후 채용 여건이 가장 악화할 전망이다.

노동부는 지난달 상용근로자 5인 이상인 4,440개 표본사업체를 대상으로 '1·4분기 고용동향 전망'을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이 없는 업체는 64.6%인 2,868개소, 미정인 업체는 13.2%인 585개소에 달한 반면, 채용계획이 있는 업체는 22.2%인 987개소에 불과했다고 29일 밝혔다. 채용계획이 있는 업체 비율은 2002년 1·4분기 21.5%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기업이 느끼는 경기를 바탕으로 고용 증감 여부를 예측하는 고용전망 기업실사지수(BSI)는 106.3으로 전분기보다 1.2포인트 상승했으나 의미있는 상승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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