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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FTA, 물리력으로 막는다면

입력
2004.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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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비준이 거듭 무산된 것은 우리 국정의 참담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오로지 표만을 의식해 물리력으로 의사진행을 막은 농촌출신 의원들에게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자세를 찾을 길 없고, 표결 몇 시간 전에서야 국회를 방문해 비준을 당부하는 대통령에게서 진정한 리더십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결과는 세계에서 FTA를 체결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와 몽골뿐이라는 처절한 실상이다. 무역강국임을 자부하면서 부존자원의 부재를 대외교역에서 찾으려는 국가 생존전략에 차질을 자초하고, 국가 신인도 하락을 부르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비준의 당위성을 십분 인정하면서도 농촌출신 의원들의 물리적 저지를 막지 못했다. 1시간20여분 동안 진행된 본회의장의 실랑이에서는 농촌출신 의원들의 목소리만 들렸다. 반대토론 희망자는 줄을 이었지만 찬성토론에는 눈치를 보았다. 비준안 처리의 화급함을 주장하는 소리는 실종돼 버렸다. 박관용 의장만이 비준안을 통과시키려 동분서주 했으나 역부족 이었고, 각 당 지도부는 시종 팔짱을 끼고만 있었다. 선거구 획정 등 밥그릇이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일사불란한 행동을 하던 모습은 찾을 길이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뒤늦게 나마 농민단체 대표를 두 차례 만나고, 국회를 직접 방문했지만 실기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정부가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6개월이 넘었기 때문이다. 좀 더 일찍 적극성을 보였어야 했다.

국회는 내달 9일 비준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정치권은 국가적 과제인 FTA 비준을 위해 지도력을 보여야 한다. 국회가 타협을 못해 경호권 발동사태를 빚거나, 또 다시 비준안 처리가 무산되는 등의 사태면 이 나라 정치에 희망 없음이 재확인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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