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한가닥하는 게이머들도 오락실 앞을 쉽게 못 지나가기 마련이다. 두 눈을 딱 감고 발길을 재촉하지만 이를 어쩌랴. 오락실 문밖으로 풍겨 나오는 정겨운 게임 사운드에 이끌려 자기도 모르게 문턱을 넘어서게 된다.소닉, 애프터버너 등과 더불어 세가의 3대 히트작으로 거론되는 '원더보이2'(1987)는 1980년대 중후반의 게임계를 '소리'로 평정했다고 일컬어진다. 원더보이2의 배경음악과 사운드는 실로 중독성이 있다고 할 만하다. 꼭 이 게임을 즐겨 하지 않았더라도 당시 오락실을 드나든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돌림노래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빠른 비트의 배경음악을 기억한다. 과일을 먹을 때, 점프를 할 때, 도끼를 던져 달팽이를 쓰러뜨릴 때 나는 음향 효과는 배경음악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귓가를 맴돈다.
사운드 못지않게 게임 구성과 비주얼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여느 오른쪽 횡(橫)스크롤 게임 답지 않게 캐릭터와 배경이 큼직큼직하다. 머리가 몸통보다 큰 가분수 소년이 화면 속을 종횡무진하며 정글을 뛰어다니는 모습은 명랑만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돌뿌리, 언덕, 낭떠러지, 바다 등 온갖 장애물과 함께 수십 가지 동물들이 몰려 나와 훼방을 놓지만 스케이트보드, 천사 등 알 속에 숨겨진 다양한 아이템으로 힘을 얻어 헤쳐나간다.
원더보이를 잘하려면 '리듬'을 탈 줄 알아야 한다. 시간제한이 있으므로 눈 앞에 적이 튀어나왔다 해서 멈칫거려서는 안된다. 경쾌한 배경 음악에 맞춰 장단을 맞추듯 점프와 도끼 던지기를 반복하며 앞으로 질주하는 것이 비법이다. 이 게임은 인터넷 에뮬랜드(www.emulland.net)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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