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남자친구들에게 아파트 지하실에서 집단 성폭행당한 15살 소냐. 12명의 소년들에게 지속적으로 구타와 강간을 당한 11살 세헤레자데….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으로 이민온 아랍계 2세들 사이에 벌어지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18일자)는 프랑스 대도시 인근의 아랍계 이민자 집단 거주지역에서 어린 여성을 상대로 한 소년들의 집단 만행이 끊이지 않아 사회문제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리를 비롯한 리용, 툴루즈 등 대도시 근처 주거지역을 담당하는 경찰 일지에는 이러한 크고 작은 강간, 폭행 사건이 빼곡히 적혀 있다. 최근에는 한 소년이 헤어지자고 요구하는 17살 여자친구를 산 채로 불태워 죽인 사건도 벌어졌다.
사태의 이면에는 이민자들의 비참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1960년대 프랑스 정부 정책으로 건설된 이들 지역에는 낯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아랍계 이민자들이 모여들었고 가난과 문화적 고립으로 사회 진출에 실패한 젊은이들은 울분을 폭력으로 표출했다. 10년 전만 해도 울분은 거리의 차를 태우는 식으로 표현됐지만 이슬람 특유의 남성우월주의에 인터넷을 통한 포르노 문화가 더해지면서 최근 들어 폭력의 형식이 '동족 여성 학대'로 번졌다는 분석이다.
지옥 같은 생활을 견디다 못한 여성들은 최근 행동에 나섰다. 피해자를 중심으로 '니 퓨트, 니 수미즈'(창녀도 노예도 아니다)란 단체 등이 조직되고 이들은 올해 프랑스 전역을 돌며 사진전시회, 퍼포먼스 등으로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와도 만나 치안 강화도 약속 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상황이 이른 시일 내에 호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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