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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세계도자기비엔날레 여주 이천 광주/남한강 줄기따라 도예의 향기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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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세계도자기비엔날레 여주 이천 광주/남한강 줄기따라 도예의 향기 퍼진다

입력
200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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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품 같이 고요하고 포근하다. 태백산맥 자락 오대산에서 시작한 남한강은 평창강, 섬강과 합류하면서 강폭이 깊어지고 주위에 절경을 자아낸다. 북한강과 마주치는 두물머리에서 만나 한강으로 합류한다. 강은 홍수때 마다 범람하면서 인근에 적지않은 피해를 준다. 그러나 자연은 고통을 감내한 자에 대한 보답을 잊지 않는다. 여주, 광주지역은 그래서 예부터 비옥한 땅을 자랑해왔다. 쌀과 도자기가 유명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불과 흙의 축제 '제2회 세계도자기 비엔날레'가 9월1일부터 10월30일까지 두 달간 경기 이천, 여주, 광주 일대에서 개최된다. 명실상부한 도자문화의 메카로 자리잡은 지역들이다. 그러나 도자기축제만을 관람하고 가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자연·문화유산이 산재해있다. 특히 도자문화의 발전을 이루는 근간이 된 남한강 주변은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다. 여기에 수상스포츠의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맛볼 수 있는 별미음식까지 더한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

여주

수도권에서 온다면 여행의 시작을 여주로 잡는 것이 좋겠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여주IC로 나온다. 가장 먼저 명성황후 생가(031-880-1882)를 만난다. 조선 제26대 고종황제의 황후. 개화기에 개방과 개혁을 추진하다가 1895년 10월8일 일본인의 칼에 일생을 마쳤던 비운의 여장부였다. 태어나서 8세까지 살았던 곳을 복원해놓았다.

37번 국도를 따라 7㎞를 가면 여주대교를 지난다. 양 옆으로 펼쳐지는 남한강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다리를 지나 우회전하면 곧장 신륵사(885-2505)와 마주친다. 신라 진평왕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여주관광=신륵사'라는 공식이 통할 정도로 아름답다. 다층석탑, 조사당 등 보물이 7점이나 있어서만은 아니다. 망루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의 유유자적한 모습은 시인이 아니라도 가슴이 떨리는 감동을 받게 한다. 여주지역 도자기축제의 주요행사들이 이 곳을 중심으로 열린다.

강 건너편에서는 모터보트, 바나나보트 등 다양한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느림의 미학을 깨우치는 이 곳의 분위기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신륵사에서 원주방향으로 5㎞ 정도 가면 목아박물관(885-9952)이 있다. 사설박물관이지만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다. 무형문화재 108호인 목아 박찬수 선생이 수집한 7,000여 점의 불교관련자료가 보관돼있다.

고달사지로 향한다. 목아박물관에서 신륵사 방향으로 오다가 331번 지방도를 따라 북내면 방향으로 오다 보면 만날 수 있다. 신라 경덕왕때 창건됐다. 고려시대에는 국가에서 직접 관리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고 한다. 막상 터에 도착하면 그 시절의 영화는 온데 간데 없다. 그러나 모두가 국보급이다. 국보 4호인 고달사지 부도(고승의 사리나 유골을 담아둔 돌탑)를 비롯, 원종대사 혜진탑(보물 7호) 등 국보 1점과 보물 3점이 있다.

여주여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곳은 세종대왕릉(영릉·英陵·사적 195호)이다. 여주시내에서 42번국도를 따라 이천 방면으로 오는 길에 있다. 면적만 60만평에 달하고 입구에서 왕릉까지 걷는데만 10분 이상 걸린다. 역대 임금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다. 이 곳에 오면 풍수지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명당'이라는말을 절로 내뱉는다. 영릉 뒷산에는 또 다른 영릉(寧陵)이 있다. 조선 17대 효종임금의 능이다. 세종대왕릉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소나무숲이 우거져 호젓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천

42번 국도로에서 3번 국도로 갈아타고 오다 보면 이천이 눈에 들어온다. 이천으로의 여행은 여주와는 사뭇 다르게 전개된다. 영월암 마애여래입상, 태평흥국명 마애보살좌상, 어석리 석불입상 등 불교유적이 많지만 길지 않은 여행길에 일부러 발품을 들여 찾아가서 봐야할 정도는 아니다. 대신 현대 도자기문화의 흐름을 배우고 체험해보자.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 곳에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재현하기 위해 600여개의 가마에 2,000여명의 도공이 거주했다고 한다. 중국의 값싼 도자기가 대거 수입되면서 규모가 절반정도로 줄었지만 2001년부터 시작된 도자기축제의 성공적 개최에 힘입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3번 국도를 따라 도자가게도 즐비하다. 이 참에 도자기 하나쯤 장만해보는 것은 어떨까. 도자기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다. 모든 가정의 필수품인 밥그릇, 국그릇도 모두 도자기다. 가격도 시중 백화점의 절반 정도이니 경쟁력도 있다. 마음먹고 집안에 전시할 작품을 찾고 싶다면 해강요(634-2266), 송파결정유(632-6587) 등을 찾는다. 여행 중에는 결코 반갑지 않은 손님이 따라 다닌다. 차를 타고 내리고 걷다 보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피로'다. 이천여행은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온천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즐겁다.

150년전 한 농부가 이 곳에 사철 솟아나는 더운 샘물에 세수를 했더니 눈병이 나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유명해졌다. 피부병과 눈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천온천의 중심지에 위치한 호텔미란다는 최근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온천시설을 만들고, 온천은 물론, 찜질방, 워터파크 등을 선보여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광주

전라도 광주가 빛(光) 고을(州)이라면 경기도 광주는 넓은(廣) 고을(州)이다. 지금의 성남, 하남시는 물론 서울 강동, 송파, 서초구 일대가 모두 한때 광주지역에 속했다고 하니 그 넓이를 짐작할만하다. 광주의 볼거리를 꼽으라면 단연 남한강변과 남한산성(사적 57호)이다.

남종면 분원리 일대는 조선 시대 궁중에서 쓰는 사기그릇을 관장하던 사옹원(司甕院)의 현지 제작소가 있던 곳이다. 사옹원의 분원(分院)이 그냥 지명이 된 것이다. 지금은 팔당댐의 건설로 호수가 돼버렸지만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양수리)를 비롯,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도자작업을 했으니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당연할 터. 그러나 더 이상 가마를 굽는 광경을 목격할 수는 없다. 최근 발굴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 당시의 상황을 재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곳을 세인들이 그대로 내버려둘 리 만무하다. 양평으로 가는 길 양옆으로 고급 카페촌과 러브호텔이 들어서 시야를 가로막아 버렸다. 제대로 된 감상은 돈을 줘야 가능하게 된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남한산성은 광주의 얼굴이다. 신라 문무왕(672년)에 토성으로 축성됐으니 역사가 1,300년을 넘었다. 조선 광해군때 후금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석성으로 개축했다. 둘레만 11.76㎞, 4개의 큰 대문과 5개의 옹성이 있었고, 누각이 없는 암문만 20개에 달한다. 유사시 임금이 집무를 볼 수 있는 행궁도 마련돼있다. 수어장대, 숭열전, 청량당, 현절사 등 경기도 지정 문화재만 10점이 넘는다.

남한산성은 최적의 등산로를 지니고 있다. 성을 따라 걸으면 곧 트레킹이다. 신록이 우거져 저절로 산림욕이 된다. 수어장대옆에 서면 서울은 물론, 멀리 김포까지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전망도 매력적이다.

/여주·이천·광주=한창만기자 cmhan@hk.co.kr 사진=손용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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