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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盧대통령, 신당 입장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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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盧대통령, 신당 입장 밝혀야

입력
2003.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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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열심히 지지했던 민주당 의원들마저도 노 대통령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추미애 의원에 이어 김경재 의원도 최근 노 대통령 비판에 가세했다.이들의 비판은 주로 신당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김 의원은 "이제 노 대통령이 통합신당을 하자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당내 갈등이 진정된다"며 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였다.

노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이 '10석만 얻어도 전국 정당화를 하겠다'고 한 발언은 현실 정치에서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환상"이라고 비판했는데, 노 대통령은 과연 전국 정당 건설에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기로 한 걸까?

내가 궁금해 하는 건 언로(言路)의 문제다. 김 의원의 비판은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1등 공신이라 할 민주당 의원들마저 노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시사해준다.

이건 매우 놀라운 사실임에 틀림없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 기반을 관리하기는커녕 오히려 그걸 무너뜨림으로써 전국 정당을 건설하겠다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걸까? 노 대통령의 그런 꿈은 숭고하지만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전국 정당 건설 방식은 매우 위험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걸 유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첫째, 노 대통령이 사실상 의도했거나 방치하고 있는 민주당 내부의 살벌한 갈등은 노 정권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개혁신당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방법론적 미숙으로 인해 '인적 청산'을 앞세워 신당을 만든다 해도 폭 넓은 지지를 얻기 어렵게 되었다.

셋째, 정당 개혁의 청사진을 미리 분명하게 제시하여 여론의 지지를 받아 해결해야 할 일을 민주당 내부의 이전투구 수준으로 격하시킴으로써 신당의 동태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넷째, 수십 년 세월에 거쳐 고착된 지역구도를 인위적으로 해체하고자 하는 열망이 앞선 나머지 개혁신당의 이념적 색깔은 보수화로 경도될 수밖에 없다.

다섯째, 개혁해야 할 민주당 내부의 구태의연한 행태의 책임을 민주당에게만 돌림으로써 개혁신당의 개혁성을 과대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욕망의 대결장'이라고 하는 정치의 본원적인 속성은 개혁신당도 절대 피해갈 수 없다는 뜻이다.

개혁신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통합신당으로 갈 경우에 내부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논지를 펴고 있는데, 그 근거는 과거의 경험이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긴 하나, 그건 정치개혁에 관한 한 이전의 대통령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노 대통령의 성격과 의지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견해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노 대통령이 민주당 구주류 인사들에 대해 갖고 있는 정서적 반감일 것이다. 그러한 반감은 백번 타당하나, 노 대통령에 대해 온갖 악담을 퍼부은 야당조차 끌어 안고 가려는 통합의 정치를 구사하려는 마당에 포용력을 보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정당 개혁 청사진을 미리 밝혀놓고 여론의 지지를 원동력 삼는 신당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노 대통령의 계속되는 침묵은 현명한 전략이 아닌 것 같다.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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