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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04>생고타르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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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04>생고타르 터널

입력
200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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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2년 5월20일 알프스 최초의 철도 터널인 생고타르 터널이 준공됐다. 착공한 지 10년 만이었다. 길이 14.8km의 이 터널이 준공됨에 따라 스위스의 루체른에서 이탈리아의 밀라노까지 최단 거리 기차 여행이 가능해졌다.독일·이탈리아·스위스 정부가 함께 돈을 대 기획한 이 철도 터널의 공사를 수주한 사람은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의 루이 파브레라는 사업가였다. 그러나 이 수주는 파브레 개인에게는 불행의 씨앗이었다. 입찰가는 4,760만 스위스 프랑이었는데 최종 공사비가 이보다 1,470만 프랑이 더 들었을 뿐만 아니라, 공사 지체에 대한 벌금으로 576만 프랑을 따로 내야 했기 때문이다. 파브레는 터널이 개통하기 직전에 파산 상태에서 죽었고, 그의 회사도 이내 문을 닫았다. 생고타르 터널이 파브레 한 사람의 목숨만 앗아간 것은 아니다. 이 터널을 뚫다가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310명에 이른다. 생고타르에 철도 터널이 건설되고 한 세기 뒤인 1980년에는 길이 16.8km의 도로 터널도 준공됐다.

생고타르는 스위스 중남부 레폰틴알프스 중의 산괴(山塊)다. 생고타르라는 이름은 15세기에 거기 세워진 호스피스(숙박소)가 독일의 가톨릭 주교 생고타르에게 헌정된 데서 비롯됐다. 이 호스피스는 1905년에 화재로 없어졌다. 생고타르는 중세 이래 이탈리아와 중부 유럽을 잇는 통로로 쓰였다. 평균 높이가 해발 2,000m 남짓이므로 여느 알프스 지대에 견주어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중간에 급경사의 쇨레넨 협곡이 있어서 이 통로를 이용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았다. 13세기 초엽에 이 협곡을 가로지르는 길이 72m의 목재 교량이 들어섰는데, 그 당시의 토목 기술로는 오직 악마만이 이런 다리를 건설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해서 '악마의 다리'라고 불렸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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