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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치매노모 혼자만 모시기 힘겨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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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치매노모 혼자만 모시기 힘겨운데…

입력
200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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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4남1녀 중 둘째아들로, 형과 막내동생은 외국에 살고 한국에는 바로 밑 동생과 저만 삽니다. 개척교회 목사인 저는 생계를 위해 아침에 신문을 배달하고 아내도 직장에 나갑니다. 80세 어머님을 모셔오다가 근래 치매가 심해져 할 수없이 단기보호기관 여기저기에서 돌아가며 모시게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돈이 많은 동생이 어머니를 찾아가 어머니에게 돈을 드리기보다 주위 사람들에게 돈을 물 쓰듯 뿌리다보니 그렇지 못한 저는 이후의 사태를 수습해야하는 후유증에 시달립니다. 동생에게 어머니를 한번 모셔보라고 해서 제가 겪는 고충을 알게 하고 자기반성도 시키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김씨)

성직자로서의 막중한 책임에다 가난 속에서 노모까지 성심성의로 모셔왔으니 목사님의 노고는 하늘이 다 아실 것입니다. 이제는 혼자만 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십시오.

우선 외국의 두 형제과 이곳의 두 남녀 동생 모두에게 그간의 노력과 실상을 알려주고 전화로라도 가족회의를 소집토록 형에게 부탁하십시오. 외국의 형에게 어려움이 있다면 목사님께서 회의를 주도해 5남매가 돈을 나누어내도록 한 다음 어머님을 단기기관이 아닌 장기요양기관에 모시도록 하십시오.

심한 치매는 개인 집에서 간호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화재위험에다 동네사람들에게도 자칫 피해를 줄 수 있고, 또 치매 당사자 입장에서도 전문적 간호를 받는 요양소생활이 더 행복합니다. 이곳의 잘 사는 동생이 큰 몫을 부담해도 좋겠지요. 형제들이 인정만 해준다면 그는 즐겨 부담하리라 봅니다.

이곳 동생의 사려 깊지 못한 그간의 행실은 악의에서 나온 것이 아닐 것입니다. 형이 성직자라서 어련히 잘 할까 하고 믿어 그랬을 것이고, 자기딴에는 형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보호기관 관련자에게 돈을 썼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평소 당당하게 사시는 효성스러운 형인지라 그로서도 목사님을 보통 형처럼 대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동생이 벌린 일로 생긴 후유증이 무엇인지도 이왕 말 나온 김에 소상히 동생에게 밝혀주는 것이 서로간에 좋습니다.

목사님께서 겪는 어려움과 고충은 아마도 목사님 자신의 성품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요? 십자가를 메고 언덕을 오르는 예수님을 너무 따르려다 보니 노모봉양도 홀로 감당하게 되어 오히려 다른 남매들이 효도할 기회를 박탈하셨던 것은 아닐까요?

/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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