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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사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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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사진 신부"

입력
2003.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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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명의 한국인이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미국 하와이에 첫발을 디딘 것이 100년 전이었다. 그로부터 꼭 70년 뒤 '지평선'이라는 문학지가 탄생했다. 재미 시단 최초의 모국어로 쓰여진 동인지였다. 황갑주 마종기 최연홍 등이 타자기를 두드려 만든 이 작은 시집은 만주·일본 외의 지역에서 나온 최초의 문학지이기도 했다. 동인지는 3집까지 발간되어, 한인 문단에서는 70년대를 '지평선 시대'라고도 불렀다. '지평선'에는 미국화를 원치 않기 때문에 모국어로 동인지를 펴내게 된 사연이 적혀 있다. '고향과 조국의 그 온갖 것을 가슴으로 어루만지고 싶을 때, 모국어로 된 시를 찾는다.'■ 캐시 송의 시 '사진 신부'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 여자는 나보다 한 살 아래/ 23세의 나이로 한국을 떠났다./ 그 여자는 아버지의 집 문을 닫고/ 그냥 떠났다./ 부산의 삯바느질 집에서/ 그때까지 이름도 모르고 있던/ 섬의 포구까지는/ 먼 먼 여로였다./ 그 포구에 한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예일대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예일대 출판부에서 시집 '사진 신부'가 발행되면서 유명해졌다. 이 시는 '지평선'에 수록된 것은 아니다. 최근 '미주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펴낸 재미 대표작가 문학선집 '사진 신부'에 실려 있는 동명의 시다.

■ '사진 신부'는 고원 김행자 박남수 등 40인의 시와 강용흘 김용익 김은국 이창래 등 10인의 소설, 수필, 평론이 소개돼 있는 뜻 깊은 책이다. 31년 강용흘의 '초당'에서 출발한 재미 한국문학은 이제 층이 두터워졌다. 김용익의 '꽃신'은 56년 영어로 미국문예지에 발표했다가, 나중에 한글로 다시 쓴 아름다운 소설이다. 그 후 세계 여러 나라에 소개되었다. 김은국의 '순교자'도 처음에는 영문소설로 발표되어 미국 문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실존주의적 소설이다.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두 작품은 모두 우수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다.

■ 가끔 뉴욕타임스나 프랑스 르몽드에 기사가 실리는 이창래는 미국에서도 가장 평가 받는 젊은 작가의 한 사람이다. 예일대를 나온 그는 첫 소설 '네이티브 스피커'로 헤밍웨이상 등을 수상했다. '사진 신부'에는 그의 소설 '제스처 라이프'의 일부가 소개돼 있다. 일본인 가정에 입양된 후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한국인의 고독과 소외의식을 섬세하게 그린 소설이다. 그는 방한하여 20일 서울 교보생명빌딩에서 강연회도 갖는다. 이민 100주년을 맞아 미주 한인문학과 모국이 꽤 가까워진 느낌을 받는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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