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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전쟁과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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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전쟁과 소년

입력
2003.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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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이 바그다드 공습명령을 내렸던 1991년 1월 그의 큰 아들 W 부시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구단주였다. 미국 밖의 세계에 별로 관심이 없이 야구사업으로 돈 벌기에 여념이 없던 기업인이었다. 바그다드 시내 티그리스 강변에 살고 있던 아바스 부부는 이 공습에서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살아 남아 첫 아들 알리를 낳았다. 12년 후 W 부시 대통령은 바그다드 공습명령을 내렸고, 폭격기가 떨어뜨린 폭탄은 아바스 부부의 집을 날려버렸다. 이 공습에서 알리의 부모와 누이동생은 모두 죽고 알리는 양팔을 잃고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목숨만 부지했다.■ 병상에서 두 눈망울만 껌뻑거리는 이 소년의 모습은 방송을 통해 전세계인의 뇌리에 너무 애절하게 각인되었다. 이라크 전쟁의 상처를 가장 실감나게 상징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알리 이스마엘 아바스 소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혈혈단신이 된 알리가 폭격으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서 의사에게 처음 한 말은 "내 팔을 붙여 줄 수 있느냐" 였다고 한다. 그의 꿈이 의사가 되는 것인데 팔이 없으면 그 꿈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소식은 방송을 타고 널리 알려져 쿠웨이트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게 되었다.

■ 그러나 알리 소년이 건강을 찾을 수 있을지, 다행히 회복되더라도 어떤 희망이 그의 정신력을 지탱해줄지 알 수 없다. 그는 일생 육체의 고통을 안고 살게 되거나, 비록 몸은 회복되어도 마음의 상처 때문에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될지 모른다. 누가 그에게서 가족과 꿈을 앗아간 것일까. 그의 집을 폭격한 미군 조종사일까, 아니면 바그다드 공습을 명령한 부시 대통령일까. 그것도 아니면 사담 후세인이라는 잘못 만난 지도자 때문일까. 그러나 이들은 모두 알리와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 한 권력자의 결정은 그와 아무 연관이 없는 알리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바꿔놓고 말았다. 사회적으로 보면 이것이 정치이지만, 개인적으로 보면 어처구니없는 운명이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이번 전쟁을 이라크 국민의 '해방'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사람이다. 그는 사담 후세인 독제체제 이전에 이라크는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받은 의회적 요소와 표현의 자유 등이 존재했기 때문에 민주화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알리에게 이런 논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기 소르망의 예측대로 이라크가 민주국가로 거듭나서 또 다른 알리의 불행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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