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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낙하산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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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낙하산 인사

입력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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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한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해 온 사람들은 굴러 온 돌이 자기 자리를 차지하는 꼴을 당하면 살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굴러 온 돌이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없고 인간성까지 나쁘면 반발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낙하산을 타고 온 사람은 재빨리 낙하산을 접어 눈에 안 띄게 땅 속에 깊이 묻었다고 생각하지만, 출신성분은 재임기간 내내 시빗거리가 된다. '원주민들'에게 낙하산은 침투와 점령의 기호일 뿐이다. 낙하산 반대를 독립전쟁이라고 정의한 노조도 있다.■ 낙하산인사는 전문성과 임기시비를 수반한다. 이 달 말로 예정된 정부 산하단체장과 임원 인선과정도 시끄러울 것 같다. 그러나 임기를 1년 앞두고 돌연 사퇴한 정건용 산은총재의 말을 빌리면 "정부가 임면하는 국책은행장은 어차피 낙하산이므로" 임기가 소용이 없다. 임기문제는 국책은행장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산하단체라는 명칭 자체에 낙하산의 산자가 들어 있지 않은가. 2년 전 낙하산 취임을 했던 정씨는 "낙하산인사라는 멍에를 하루 빨리 벗고 싶었다"면서 특이하게도 정부 압력에 의해 물러난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 내 사람과 봐줘야 할 사람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는 데 동원할 수 있는 명분은 얼마든지 많다. 우선, 지난 정권의 잘못된 인사를 바로잡고 조직 발전과 개혁을 위해 새 판을 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쉽다. 명분 대기가 정 군색하면 김대중 정부때 생선을 좋아해 해양수산부장관이 됐다고 말한 사람의 전례라도 참고하면 된다. 산하단체장 인사는 일정한 정도는 전리품 나누기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자리는 400개를 약간 넘는데 민주당에서만 600명 가까운 임용대상자 명단을 작성해 놓았다니 그들의 취직문제가 시끄럽지 않을 리 없다.

■ 하기야 내부인사만 기용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말대로 폐쇄적이며 조직 발전에 문제가 생긴다. 노 대통령은 능력이 있다면 가까운 사람도 임명할 수 있다면서 낙하산 개념의 재정립을 역설했다. 그러나 이미 낙하산 시비로 서동구씨가 KBS사장에 취임도 못한 채 물러났고, 방송광고공사 사장에 내정된 이철 전 의원도 본인이 고사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발표한 산하단체 인사운영 쇄신지침은 선거때 도와준 것만 가지고 인사를 했던 전 정부와 달리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과연 낙하산의 개념이 달라질 것인지 지켜 보자.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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