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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동생이 의식불명 아버지 퇴원시키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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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동생이 의식불명 아버지 퇴원시키자고…

입력
200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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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아버지를 몇 년 째 노인전문병원에서 모셔왔습니다. 한 달에 100만원 넘는 비용은 재산을 물려받은 남동생이 내왔습니다. 지난 해 말부터 치매와 폐렴이 심해지신 아버지는 요즘 거의 의식불명 상태입니다. 식사도 제대로 드시지 못해 영양주사로 버텨왔습니다. 그런데 남동생이 최근 사업이 힘들어졌다면서 아버지를 집으로 옮기겠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퇴원하면 오래 버티지 못할 텐데, 남동생은 '사실만큼 사셨다'는 입장입니다. 딸들과는 달리 부모님에게서 유산을 모두 물려받은 남동생이 자식된 도리로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너무 괘씸합니다. (서울 용산 정씨)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바라는 자신의 임종은 70대 이후 자다가 갑자기 안방 이부자리에서 맞는 심장마비 급사 형태를 으뜸으로 치고, 병이 길더라도 정신만은 말짱한 채 가족 품에 안겨 장중하게 맞는 것을 차선으로 칩니다.

그런데 유럽, 미국, 일본에서는 허름한 공공병원의 구석침대에서 야밤에 가족도 의료진도 옆에 없이 혼자 맞는 '비정한' 임종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도 점차 그렇게 닮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따라서 지난 반세기 동안 엄청난 수명연장으로 한숨을 돌린 현대의학은 이제 우리가 사는 동안의 삶의 질을 중시해 '어떻게 하면 사람답게 살다가 사람답게 죽게 하느냐'는 데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여러 해 노인병원에 계신 댁의 아버님은 미루어 보건대 심한 치매에다 현재는 다른 병까지 겹쳐 사람다운 삶을 영위하시는 것 같지 않군요. 의식도 없고, 알아보고 판단하고 대처하는 능력도 없고, 혼자 밥도 못 잡수시니 위기를 벗어나신다 해도 아버님 심신상태가 '동물차원'보다 낫다고 할 상황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가족이 밤낮으로 병상을 지키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그 병원의사는 무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서글픈 말기상황에 계신 아버님을 '모시고 나가겠다'는 동생의 말에 저 같은 정신과의사는 이해가 갑니다. 자식 옆에서 인간답게 장중한 주검을 맞게 해드리려는 뜻이 크고, 돈이 아깝다는 뜻은 적다고 보겠습니다.

동생의 유산 독차지는 혹 당시 누님들이 살기가 넉넉한데다 친정 전통을 이어가야 하는 사정때문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번에도 꾹 참고 누님들이 동생에게 오히려 야단치듯이 '모시고 나오자'고 선수를 쳐 동생과 올케를 궁지에서 빼주시지요. 형제자매간 우애처럼 부모를 기쁘게 해드릴 일이 또 어디 있나요?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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