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통합 브리핑룸 도입 및 개방 방침에 따라 각 부처 기자실과 출입기자단이 조만간 곧 사라질 운명이다. 그러나 기자단이 보도 여부와 시기 등을 통제하고 기자실 출입정지 등으로 징계하는 왜곡된 관행은 여전하다.총리실 출입기자단은 20일 한국일보에 3개월 출입정지 결정을 내렸다. 전날 조영동(趙永東) 국정홍보처장의 기자실 개편안 발언에 대한 비보도 요청(오프 더 레코드, off―the―record)과 출입기자단의 보도유예(엠바고, embargo)를 받아들이지 않고 보도(20일자 2면)했다는 이유에서다.
조 처장은 19일 총리실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을 가졌다. 기자실 개편 방향과 이창동 문화부 장관의 '신보도지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랐고 조 처장은 국정홍보처의 방침을 풀어놓았다. 그는 이 문화장관이 밝힌 언론정책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말이 안 된다"고까지 말했다.
주무부처 장의 첫 공식 발언이었다. 그러나 동석한 국정홍보처 직원이 "오프"라고 끼어들었고 조 처장이 뒤늦게 "확정되지 않은 것"이라며 비보도 요청을 하면서 오찬장은 출입기자단과 조 처장이 서로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로 변했다. 기자단 차원의 추가 논의도 없이 27일의 공보관회의 이후로 보도를 미루는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한국일보는 오찬이 끝난 뒤 언론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사안인 만큼 보도유예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을 출입기자단 간사와 국정홍보처에 알렸다. 비보도 요청이나 보도유예는 취재원과 기자의 양자 관계를 전제로 성립되는 것이고 보도의 이익이 크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며 한 언론사의 반대라도 있으면 합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국정홍보처가 해명자료 외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주동황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현재의 출입기자단 체제는 사전에 알리고 기사를 쓰더라도 관행을 지키기 위해 제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기자실 개편은 단순한 공간 이용의 문제가 아니라 출입기자단 중심의 엠바고 남발이나 취재 편의주의, 담합 등 운영 방법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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