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무현의 사람들'에 낄 사람이 아닙니다."작년 대선 때 노 대통령의 정책 공약 입안을 주도했던 이병완(李炳浣·48)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은 인터뷰 요청에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지근거리에서 10여년 넘게 노 대통령을 보좌해온 핵심 측근들과는 달리, 자신은 청와대 비서관중 "원오브뎀(one of them)"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청탁전화 한통도 없는데 무슨 측근이냐"는 그의 말처럼, 분명히 그는 노 대통령의 측근 그룹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정책을 구상하고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약방의 감초'와 같은 존재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가 요즘 신경 쓰는 것은 국무회의와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사전에 빈틈없이 준비하는 일이다. 소위 '세팅 작업'이다. 특히 "효율적인 국정 논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토론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 이후 회의 형식이 과거의 일방적인 보고에서 관행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토론으로 확 바뀐 뒤부터 업무부담이 부쩍 늘었다. 수석·보좌관회의, 비서관회의, 사안별 긴급회의에 참석하거나 각종 국가전략과제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것도 그의 주된 일과다.
한국일보 경제부장 출신으로 예금보험공사 이사, 청와대 국정홍보조사·국내언론 2비서관을 거친 그가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노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지난해 4월 말. 당시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이었던 그는 정책위 부의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노 후보의 정책 연설문 작성을 도맡았다. 행정수도 공약을 선대위 출범 연설에 처음으로 넣어 국민적 관심을 끈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그러나 "당시 정책자문단이 노 후보에게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보고를 할 때면 노 후보가 매킨지 보고서 등 각종 외국 자료들을 인용하며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곤 했다"며 자신을 낮췄다. 그는 "사실, 2년전 노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에 재직할 당시 몇 차례 노 장관과 강연회에 함께 초청돼 눈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며 "새로운 시대 변화를 갈망하고 국가운영 및 철학이 분명한 노 장관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런 그에게 장래 계획을 물었다. 그는 "주어진 일을 잘하는 것도 어려운데 당장 무슨 생각이 있겠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대신 "시대를 뒤따르지 않고 앞서가는 스타일인 노 대통령을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그의 말 속에서 당분간 노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돕는 '우직한 참모' 로 남겠다는 그의 속내가 강렬히 느껴졌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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