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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당선자에게 바란다 - 해외전문가 7인 릴레이 기고]<2>데이비드 스타인버그 美 조지타운大 아시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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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당선자에게 바란다 - 해외전문가 7인 릴레이 기고]<2>데이비드 스타인버그 美 조지타운大 아시아연구소장

입력
2003.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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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께.당선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1882년부터 이어져온 한미 양국의 오랜 관계에 있어서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먼저 많은 미국인들은 한국의 번영과 한미 관계의 발전을 소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양국의 선결과제와 강조점은 달랐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양국의 이해는 반드시 일치할 것입니다. 노 당선자님, 양국 관계가 민감하고 심지어 위험한 시기에 이르렀습니다. 한미간 우호적 동맹관계는 무역과 투자의 증대, 한국계 미국인의 증가, 미국을 방문한 수많은 한국인들의 경험 등으로 인해 정서적으로도 탄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가 요즘 양국 내부의 실수와 오해로 위협 받고 있으며 최근 2년 동안 이런 문제들이 점차 확대됐습니다.

저는 대북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을 포용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에 대해 미국 행정부가 무심했었다는 점에 의견을 함께 합니다. 다원적 문화를 갖고 있는 미국인들은 문화, 언어가 같은 단일 민족이 지니고 있는 유대의 깊이를 이해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전통과 문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자긍심은 한국이 오랜 역사를 거치며 국가와 민족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한 힘이었습니다. 그러나 급격한 근대화와 새로운 가치의 침투 등으로 비롯된 충격은 외국에 대한 반감을 조성해왔습니다. 과거에는 한국을 식민 통치한 일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이런 정서가 이제는 미국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양국의 관계를 손상시키는 죄를 저지르기도 했음을 인정합니다. 비록 서로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강대국이자 유교적인 개념으로 형님 격인 미국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반미 감정은 과거·현재의 정책에 방향이 맞춰져 널리 확산되고 있으며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특히 한국의 젊은 세대에 팽배해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종종 이 사실을 부인하곤 했습니다. 군중시위는 부스럼처럼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근원적 질병은 계속될 것입니다.

한국의 자유로운 언론은 민족주의 정서에 호소하며 양국의 상호 문제를 종종 잘못 전합니다. 언론의 이 같은 태도가 민족주의 열기를 부채질하고 노 당선자의 열렬한 지지자들인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언론을 조종하거나 통제해선 안되지만 정부가 공평하고 투명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언론들은 정확성과 균형이 양국의 상호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노 당선자의 국내 영향력은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갖는 힘보다 큽니다. 노 당선자의 측근들은 당선자의 뜻을 잘못 알고 부적절한 행위를 할지도 모르므로 신중히 대처해야 합니다. 어떤 과업을 추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 당선자의 지도력이므로 노 당선자의 비전은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국은 장기적 이익을 위해 서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이것은 미군의 규모나 배치보다 우선하는 것이며 무역분쟁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과거 한국에 베풀어 준 것에 대해 한국인들이 고마워할 줄 모른다며 미군의 일방적 철수를 주장하는 일부 미국인들의 심술도 개탄할 일입니다.

과거 미국이 때로 한국을 무시하고 한국의 문화에 무관심했다고 한다면 일부 한국의 지도자들은 미국의 의도를 잘못 전달하고 대미 관계를 적절하지 못한 목적을 위해 악용함으로써 틈을 벌려 놓았습니다. 노 당선자는 자기 자신의 노력과 결단으로 성공한 분으로서 자수성가의 이상을 추구하는 미국인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양국 관계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훌륭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노 당선자와 양국의 미래에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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