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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사실상 마무리 /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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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사실상 마무리 /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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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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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12일 제주에서 마지막 지역 국정토론회를 가진 것으로 지난해 12월30일부터 시작됐던 대통령직 인수위의 활동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인수위는 21일 해단식을 갖고 25일의 취임 때까지 각 분과위별로 그동안 다듬어온 국정과제를 취합해 보고서를 만드는 작업만을 남겨놓고 있다.지난 45일간의 인수위 활동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권력승계가 아닌, 정책 인수인계의 기조가 유지됐다는 평가다. 국정과제별 합동보고, 국민제안센터의 운영, 노 당선자가 직접 주재한 지역 국정토론회 등 새로 도입된 방식에는 상당한 실험정신이 녹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도 5년 전처럼 '너무 요란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고, 앞으로 모범으로 삼을 만한 제도로서의 선례를 만드는 데에는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려대 함성득(咸成得·대통령학) 교수는 "1997년 때처럼 권력 승계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고 정책 중심의 인수인계가 이뤄졌기 때문에 노 당선자의 개혁 색채가 드러날 수 있었다"면서 "이 때문에 기존 관료 사회와는 이런 저런 마찰이 있었지만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함 교수는 "미국의 정권 인수 활동이 상대적으로 조용히 진행되는 것은 대통령의 정책이 이미 소속당의 전당대회에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상태여서 특별히 손댈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의 안병진(安秉鎭) 연구원은 "노 당선자와 인수위가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려 애썼던 점은 군중 동원식의 부정적 의미가 아닌 긍정적 포퓰리즘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처음부터 인수위 활동의 위상이 명확하지 않았고, 앞으로 교훈으로 받아들일 만한 제도로서의 틀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수위는 국정의 효율적 운영을 준비하는 조직인데 마치 개혁을 실행하는 집단인 것처럼 행세하는 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백창재(白昌宰·정치학) 교수도 "이번에도 여러 가지 잡음이 발생한 것은 제도적으로 인수위의 권한과 기능이 제대로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 활동이 진행됐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인하대 김용호(金容浩·정치학) 교수는 "법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인수위는 새 정부의 정책을 수립, 추진하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의욕 과잉을 보인 단적인 사례가 미국, 일본으로의 특사단 파견"이라면서 "당선자나 인수위는 외국에 사절을 파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헛걸음이란 비판을 받은 것은 예정된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대통령은 선거팀, 정권 인수팀, 정권 운영팀을 구분해서 인선을 해야 한다"면서 "선거팀은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여서 자신 과잉이 문제되는데 노 당선자의 인수팀에서도 이에 따른 시행착오가 되풀이된 것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 정책 어떻게 달라지나

두 달간의 인수위 활동 결과 현 정부가 추진해 온 대외·경제·사회 정책은 새 정부에서 상당한 기조의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재벌 및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대대적인 개혁조치와 함께 상당한 노선 변화가 불가피하다.

인수위는 우선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상징인 '햇볕정책' 기조를 수정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언급했다. '대북 퍼주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대북지원이나 경협사업을 여야 합의하에 공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했다. 2억 달러 대북비밀지원 사건이 터지면서 더 이상 일방적인 대북지원은 불가능해 졌다는 판단에서다. 햇볕정책이란 용어도 포용 또는 평화정책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한미관계에 있어서도 인수위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추진과 함께 수평적 한미관계 정립을 강조, DJ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재벌정책의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DJ 정부 임기 중반에 중단된 재벌개혁을 확실히 마무리짓겠다는 태도다.

이에 따라 재벌계열 금융기관에 대한 계열분리청구제와 집단소송제 도입,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정책이 강도높게 추진될 전망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상속·증여세의 완전 포괄주의 도입 의지를 수 차례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DJ 정부의 최대 실정 중 하나로 부각된 부패청산 및 검찰개혁 문제도 역점을 기울인 대목이다. 친인척 및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이나 특검제 상설화, 검찰인사위원회 강화, 검찰문민화 및 서열파괴 등은 대표적인 사례다.

인사청탁 근절 등을 위해 장관 인선 과정에서 국민추천제와 추천·검증위원회 방식을 도입한 것도 뚜렷한 변화다.

경인운하와 새만금간척사업 등 대형개발사업의 변화도 눈길을 끈다. 인수위는 경인운하의 경제성이 없다며 사업 백지화 방침을 발표, 현 정부의 정책방향을 완전히 뒤집었다. 또 노 당선자는 새만금 간척지의 농지활용 원칙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또 언론사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취소처분에 대해서도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 현 정부 방침을 뒤집었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책과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고용허가제도 현 정부와 차별화한 정책 사례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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