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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쉬/예쁜 피의자와 감시관 티격태격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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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쉬/예쁜 피의자와 감시관 티격태격 사랑

입력
2003.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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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끊임없이 수다를 떨지 않으면 불안하다. (2)일정 데시벨 이상의 소음이 필요하다. (3)얘기할 상대가 없으므로 주로 음악을 듣는다. (4)상대방이 대답을 하지 않거나 따분한 표정을 지어도 전혀 굴하지 않는다. (5)흘러간 옛 노래 프로그램의 고정 청취자다. 5항목 중 4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당신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왕따일지도 모른다. 또 영화 '체리쉬(Cherish)'의 주인공 조이(로빈 튜니)를 제대로 이해할 준비가 된 것이다.컴퓨터 애니메이터인 조이. 외로움도 많이 타고, 공간에 홀로 남는 걸 싫어하는 그녀지만 정작 동료들은 그녀를 따돌리기에 급급하다.

취미는 방송국에 전화해 나타샤라는 가명으로 The Association의 노래 'Cherish'나 10cc의 'I'm Not In Love' 같은 흘러간 팝송 신청하기. 어느날 파티에서 멋진 동료 앤드류와 술 한 잔을 한 그녀는 주차된 자동차에 휴대폰을 가지러 갔다 인질로 잡힌다. 칼을 겨눈 범인의 지시대로 차를 몰다 경찰관을 치어 죽인 조이. 남자는 도망치고, 그녀는 꼼짝없이 음주운전에 경찰 치사범으로 몰린다. 변호사마저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조이는 발에 감시장치를 찬 채 아파트에 격리된다.

지루한 그녀는 다리미로 머리카락을 다리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TV에 도끼를 던지는 것으로 소일한다. 물론 발목에 버터를 발라 발찌를 빼내려 하지만 그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기계가 아니다.

발찌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사람은 참으로 지루하게 생긴 빌(팀 블레이크 닐슨). 빌은 조이가 발찌를 빼내려 했다며 감시 강도를 날로 높여간다. 한 주, 한 달, 석 달 이렇게 시간이 흐르며 빌은 어느새 조이를 사랑하게 된다. 빌이 조이를 사랑하는 방식은 이렇다. 조이를 더 철저하게 감시하기, 새 녹음기를 사서 철 수세미로 박박 문지른 후 "쓰던 거"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주기, 그녀가 좋다면 요가학원에라도 다니기, 잘릴 것을 무릅쓰고 그녀를 8시간 동안 풀어주기….

엽기적 소녀와 중년 남자의 사랑을 그린 '판타스틱 소녀백서', 러닝 타임을 주로 런닝하는 모습으로 채운 '롤라 런' 등 톡톡 튀는 영화들과 맥이 닿아있는 깜찍한 B급 무비.

왕따 소녀 조이를 납치한 범인의 정체나 좇는 과정이 억지스럽고 비슷한 영화에 비해 발랄함도 떨어진다. 그럼에도 피의자와 관찰자가 밀폐된 공간에서 벌이는 아기자기한 사랑과 못난 이웃들과 조이의 우정, Turtles의 'Happy Together', Hall & Oats의 'She's Gone' 등 오리지널 가수가 부른 흘러간 팝송이 눈과 귀를 간지럽힌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 핀 테일러의 감독 데뷔작. 17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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