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선수촌에 묵고있는 북한선수단은 몇 명입니까?" "글쎄요, 아직 입촌 등록이 안돼 확인이 안됩니다. ""아니 입촌 등록을 안 했는데도 선수촌에 묵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물론 원칙이야 그렇지만 아다시피 '특수 상황' 아닙니까."
24일 낮 부산 반여동의 아시안게임 선수촌 상황실에서 취재진과 조직위 관계자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특수 상황'은 전날 북한 선수단이 도착할 때부터 줄곧 이어졌다.
김해공항에서 곧바로 선수촌에 도착한 북한 선수단은 선수촌 출입증인 AD카드를 개인별로 일일이 발급받는 일이 번거롭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선수촌 입촌자는 누구나 예외없이 똑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조직위측의 설득을 북한 선수단은 "배고프다"는 말로 간단하게 일축해 버린 뒤 그냥 선수촌 식당으로 들어가버렸다. 결국 조직위측은 2시간여 뒤 식사를 끝낸 북한 선수단을 AD카드 없이 그대로 숙소로 안내했다. 카드는 이날 밤 늦게 북한측이 보낸 대표 한사람을 통해 일괄 전달됐다.
또 이 과정에서 등록된 선수, 임원만 묵을 수 있는 선수촌에 북한응원단 4명과 기자 2명도 버젓이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남북의 특수상황을 모르는 이는 없다. 게다가 어렵게 부산에 온 북한 선수단 일행을 같은 혈육의 정으로 각별하게 배려하고 신경 써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원칙은 있는 법이다. 막무가내로 자신들의 편의만 앞세워 원칙을 무시하려 드는 북측이나, 여러 가변적 상황에 대한 치밀한 예측이나 대책없이 그저 허둥대며 끌려다니기만 하는 남측이나 모두 마땅치 않아 보인다.
아시안게임은 남북한만이 만나는 한민족 경기가 아니다. 37억 아시아인 전체의 대제전 임을 남북한 관계자 모두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송용창 사회부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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