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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이라크 정책" 아셈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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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이라크 정책" 아셈 설전

입력
2002.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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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새 유엔 결의안 상정이 임박한 가운데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주요 동맹국 정상들이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23일 덴마크에서 열린 제4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의 일방적 군사행동을 비난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자고 제의하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미국의 입장을 적극 두둔하고 나서는 등 각국 정상들이 격렬한 찬반 양론을 벌였다. 정상들은 이날 이례적으로 외교적 수사를 배제한 솔직하고 분명한 표현을 구사해 각국 간에 입장 차가 있음을 분명하게 알게 했다.

먼저 시라크 대통령은 유엔의 결의안 없이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가능성과 관련해 어떤 일방적 행동도 반대한다며 "어떤 결정이 필요할 경우 결정의 책임은 유엔 안보리에게만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일방적인 행동이 있을 경우 중동과 아랍세계뿐만 아니라 9·11 테러 이후 구축된 대 테러 국제연대도 군사적, 정치적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코스타스 시미티스 그리스 총리와 기 페어호프슈타트 벨기에 총리가 같은 의견을 표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동맹국들은 9·11 테러를 겪은 미국의 정서를 좀 더 고려해야 한다며 새 결의안에 이라크가 무기사찰 재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그는 또 이라크를 둘러싼 위기 때문에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맹국들로부터 분리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는 새 결의안에 이라크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자는 내용을 포함시키자는 데 지지를 표시했다. 이에 시라크 대통령이 다시 연단에 올라 초강대국이 세계를 지배하도록 놓아둘 경우 따를 위험에 대해 경고하며 재반론을 펼쳤다. 또 모하마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가 이라크 공격이 이슬람 세계와 서방세계 사이의 긴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됐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941년 진주만에 대한 일본의 선제공격으로 어떤 불행이 초래됐는지를 설명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어떤 행동도 유엔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5년 일본이 결국 미국에 항복한 사실을 떠올리면서 "이런 선례로 보아 얼마나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며, 당시 전쟁과 전후 기간에 얻은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이라크 선제 공격을 반대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정상들은 미국의 일방적 행동을 비난하는 내용도 빼고 이라크의 이름도 언급하지 않은 채 '어떤 군사적 행동'도 유엔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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