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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하나, 아시아도 하나/기고/북한팀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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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하나, 아시아도 하나/기고/북한팀을 환영한다

입력
2002.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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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회 부산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북한선수단, 응원단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오늘(23일) 낮 12시, 선수단 제1진 159명이 우선 김해공항에 닿는다고 한다. 생각 같아서는 필자도 득달같이 김해공항으로 가서 환영 인파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자신이 자못 안타깝다.이미 경의선, 동해선 연결구간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제거작업이 막 착수된 마당이라, 그 축하사절마냥 700명 가까운 인원이 한꺼번에 내려오는 것도 분단 50여 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어서 온 국민은 그야말로 환호 일색이다. 이제 정말로 7,000만 온 겨레가 몽매에도 그리던 통일이 저만큼 성큼 다가서는 느낌이기까지 하다.

하기야 통일이라는 것이 별것인가. 이제까지는 통일 하면, 노상 남북간의 체제라거나 정치적 통일 쪽으로 심지어는 이념 쪽으로 너무너무 무겁게 접근하곤 하였었는데, 그러다 보니 백년하청, 남북간의 철벽은 끄떡도 안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남북간에 사람들 형편형편만큼 실생활의 필요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실제 국면으로 한솥밥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부분부분으로 '한 살림' 쪽으로 터를 넓혀 가면, 그게 바로 통일의 시작이 아닐까. 그렇다, 통일을 둘러싼 기왕의 지나친 무거운 굴레에서 우리 모두가 한 꺼풀씩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런 쪽으로 보더라도 이번 북한선수단, 응원단의 대거 남하는 그것 자체로만도 큰 의미를 지니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생각해 보라. 경의선, 동해선이 연결되고 어쩌면 내년 쯤에는 금강산 육로관광이 이뤄지게 되면 남북의 사람살이는 더욱 더 급변의 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내후년 쯤에는 동해선을 따라 강원도 함경도를 거쳐 두만강 건너 시베리아 대평원을 기차로 가로질러 진짜배기 배낭여행다운 여행도 가능해질는지 모른다. 어떤가,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가슴 울렁거리지 않는가.

며칠 전 평양의 북·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본인 납치 인정과 사과, 미사일 실험 무기한 동결 등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충격적인 소식도 덤으로 있어, 이러저러한 우리의 달콤한 꿈을 더욱 실감나게 하였다. 바야흐로 우리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까지도 금년 한가위에 들어서면서 여러 국면으로 따뜻한 훈풍이 감돌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이제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지난 100년간 아니 200년간 첩첩으로 감쌌던 우리 한반도의 어둠이 서서히 걷히며 새로운 여명의 조짐들이 안겨오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의 한 획을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에 오는 북한선수단, 응원단이 체현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무적인 필자의 마음 한 구석에는 조금 찜찜하달까, 미흡하달까 하는 아쉬움 비슷한 것도 뒤섞여 있음을 숨길 수 없다. 왜냐, 전폭적으로 무한량하게 환영할 수만도 없는 갖가지 제한조치가 미리 우리 당국에 의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소위 인공기의 허용수준이라나, 북한응원 시의 옷차림 수준이라나 하는것. "어? 이건 또 뭐지? 까짓 거 이 참에 남북의 벽을 타악 터버리면 좀 좋아. 뭐가 이렇게 쬐밀쬐밀해" 싶은 생각도 전혀 없진 않지만, 다시 가만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 당국도 당국대로 이모저모 깊이 널리 숙고한 끝의 결정이었을 것임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세상만사 일에는 완급(緩急)이라는 것이 있다. 말하자면 완급조정. 지금 이 시점에서 남북간의 문제도 이 완급조정만큼 중요한 것도 없어 보인다. 바로 이 점에 온 국민의 지혜를 모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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