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최∼고, 잘∼한다 중∼국…."추석 전날인 20일 오후 경남 마산시 자산동 경로당. 여느 때 이 시간이면 대부분의 노인이 낮잠을 즐길 시간이지만 이날은 쩌렁쩌렁한 응원구호가 동네 골목길까지 메아리쳤다.
이들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부산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중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할 대한노인회 마산지회 소속의 노인 서포터스들이다. 1만2,000여명의 회원 가운데 기력이 왕성한 50명이 엄선돼 단체로 지원했다.
"마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지역사회 어른으로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선뜻 서포터스에 단체로 지원한 노인 서포터스들은 '붉은 악마'에 못지않은 열정으로 막바지 응원연습에 비지땀을 쏟았다.
마산시도 처음에는 노인들의 건강 등을 고려해 서포터스 참가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으나 성공적 대회 개최를 위한 상징적 의미가 클 것으로 보고 노인들의 응원연습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합동연습을 자주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경로당별로 돌아가며 지난 월드컵 때 '붉은 악마'들의 응원모습이 담긴 비디오와 깃발 등 응원도구를 지원하며 율동과 함성 등을 지도하고 있다.
김용찬(金用贊·75·마산시 자산동) 할아버지는 "수십 년 만에 구호에 맞춰 깃발을 흔들며 고함을 질렀더니 젊은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할멈도 운동장에 데리고 가 함께 신명나게 응원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동네 친구들과 함께 응원단에 가입했다는 김점덕(金点德·75) 할머니는 "젊은이들에 비해 율동이 무디고 통일성은 떨어지겠지만 늙은이들의 응원이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마산=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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