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이메일을 보내는 행위를 무단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 이메일이 간편하고 빠른 의사소통 수단으로 보편화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미국에서 이메일을 ‘보낼 권리’와 ‘받지 않을 권리’를 놓고 치열한 법정 싸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1998년 사내 게시판과 이메일을 통해 회사를 비방하는 글을 보낸 전 직원 켄 하미디(55ㆍ엔지니어)를 재산에 대한 무단 침입 혐의로 고소했다.
1995년 해고된 하미디는 이메일에서 “나는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부당 해고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2년 동안 사이버 시위를 계속했다.
인텔측은 “사내 이메일 서버 및 인터넷 게시판도 엄연한 회사의 자산이자 작업 공간”이라며 “하미디의 일방적인 이메일 세례로 업무상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미 상공회의소 등 재계도 인텔을 지지하고 나섰다.
기업들이 소비자, 네티즌 등의 항의나 비방성 이메일에 골머리를 앓아왔기 때문이다.
하미디와 시민단체 등은 “인텔의 고소는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미국 ‘전자 국경 재단’의 신디 콘 회장은 “모든 이메일을 보내기 전 사전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라며 “인텔의 논리로는 기업의 웹사이트를 검색하거나 자신의 홈페이지와 링크시키는 등 사이버상의 모든 행위가 불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미디와 인텔은 이달 말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판결 결과에 따라 항의성 이메일이나 광고성 스팸메일 등에 대한 유사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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