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는 퇴직금 1억원을 정기예금에 넣어두려고 최근 은행을 찾았다. 그러나 정기예금 금리가 연리 4.8~5.0%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듣고 이내 포기했다. 1년짜리 정기예금에 들어놓은들 매달 세금을 빼고 받는 이자는 34만~35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K씨는 대신 은행원의 조언에 따라 이 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권을 사기로 했다. 당장 쓸 돈이 아니기 때문에 5년정도는 묵혀둘 수 있고, 무엇보다 금리가 연 7.1(1개월 지급식)~7.2(3개월 지급식)%이기 때문에 매달 평균 50만원정도는 받을 수 있다.
시중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들어 6%대 후반까지 오르던 3년만기 국고체 금리는 최근 5%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앞으로 금리가 오르더라도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이 때문에 목돈을 장기간 안전하게 굴리려는 사람들에게 높은 확정금리를 보장하는 후순위채가 인기를 얻고 있다. 18일 후순위채 2,000억원어치를 판매한 우리은행은 오전 업무를 시작하자 마자 모두 팔리기도 했다.
▶ 후순위채란
이름 그대로 채권을 발행한 은행이 망했을 때 일반 예금 채권 등 선순위 채권보다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순서가 뒤로 쳐지는 채권을 말한다. 자칫하다가는 한푼도 못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다.
그러나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높아지면서 은행이 망할 확률은 극히 낮아졌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때문이다.
지급우선 순위가 주주와 비슷하기 때문에 만기가 5년이상이면 자기자본의 50% 범위내에서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아 은행 BIS비율을 높일 수 있다.
▶ 왜 후순위채인가
일단 수익률이 좋다. 금리가 정기예금에 비해 2~3%포인트 높다. 또 다른 신탁상품과 달리 확정금리형이다.
게다가 은행들의 신용위험이 올라가는 등 투자위험도도 낮다. 때문에 퇴직금 등 목돈을 안전하게 굴리고자 하는 이자생활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상품.
또 발행기간이 5년이상인 후순위채에서 발생한 이자는 분리과세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테크’로도 활용할 수 있다. 부부합산 금융소득이 연간 4,000만원을 초과하는 거액 금융자산가라면 후순위채권 매입을 고려할 만하다.
이자를 받는 방식도 탄력적이다. 1개월마다 받을 수도 있고, 3개월마다 받을 수도 있다. 지난달 판매된 신한은행 후순위채는 매달 이자 수령 때는 7.16%, 3개월마다 받을 때는 7.20%였다. 1억원을 맡긴다고 할 때 1개월단위 수령식은 매달 이자가 49만8,495원, 3개월단위 수령식은 이자가 150만3,000원이다.
▶ 투자 가이드
후순위채는 발행기간이 5년이상 장기이고, 중도 상환도 불가능해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다. 만기 이전 제3자에게 양도할 수는 있지만, 급하게 매각할 경우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반드시 5년이상 장기 여유자금으로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악의 경우 은행이 파산하면 원금을 날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후순위채를 매입할 때는 금리뿐 아니라 은행의 건전성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또 상품이 부정기적으로 판매된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은행들은 비싼 이자를 지급하던 후순위채를 차환발행하거나, 단기적으로 BIS비율이 떨어질 때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따라서 후순위채에 관심있는 투자자들은 은행 영업점에 수시로 발행 일정을 문의해야 한다.
시중은행들 가운데 8월이후 후순위채 발행계획을 가지고 있는 은행은 조흥ㆍ외환ㆍ산업ㆍ기업 등을 제외한 6개 정도로 신한이 2,500억원, 한미가 1,500억원가량을 판매할 계획이다. 나머지 은행들은 발행 규모와 시기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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