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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의 I LOVE WORLD CUP]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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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의 I LOVE WORLD CUP]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입력
2002.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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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2002 한일월드컵이 막을 내린다. 그동안 정말 행복한 하루 하루였다. 그렇게 사랑하는 축구와 함께 생활했던 지난 한 달은 앞으로도 내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나는 지금까지 11 경기를 직접 봤다. 오늘 벌어지는 3, 4위전을 더하면 한 다스(12 경기)를 채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건설된 10개의 월드컵경기장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가보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국가대표선수들 사이에 ‘센츄리 클럽’이 있는 것처럼 나도 ‘2002-10 클럽’ 같은 것을 만들어 회원모집을 하고 싶을 정도다.

월드컵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세계 최고수준의 경기를 지켜보며 한없이 감동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축구 말고도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 또 하나 있었다. 자원봉사자들과 안전요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보안검색을 받을 때도, 지리를 몰라 이리저리 헤맬 때도 나는 이분들의 도움으로 편안하고 즐겁게 경기를 관전할 수 있었다. 특히 경기가 끝난 뒤 묵묵히 쓰레기를 정리하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분들의 모습과 마주칠 때에는 내 마음 깊은 곳까지 따뜻해지곤 했다.

2002 한일 월드컵이 멋지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렇게 무대 뒤에서 소리없이 자기 책임을 다해 준 여러분들 덕택이다.

한편으로는 가슴 아픈 부분도 있다. 기적적인 ‘4강신화’를 이끌어낸 히딩크 감독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넘쳐 흐르다 보니 극히 일부에서는 지난 세월 우리 축구를 지탱해온 원로·중견 축구인들을 모두 ‘실패한 축구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얘기지만 우리의 현재는 과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졌으며, 우리의 미래 또한 현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만일 우리가 현재의 영광에 도취하여 함부로 과거를 부정해 버린다면 월드컵 4강 신화도 미래를 위한 도약의 발판이 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포상금에 대해 차등지급이라는 희한한 발상이 나오는 것도 너무나 가슴 아프다. 우리 선수들은 23명 모두가 똑같이 어렵고 힘든 훈련과정을 이겨내고, 있는 힘을 다 합쳐 자랑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런데 누구를 어떻게 차별하겠다는 말인가?

이제 월드컵 기간 느꼈던 감동과 흥분, 아쉬움과 허탈함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다. 나는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월드컵 첫 승을 목말라 하던 그 절실한 마음으로 돌아가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꿈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이렇게 멋진 월드컵을 선사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고등과학원 수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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